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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데이트 - 옛 추억 본문

일상, 단상/잡문

비오는 날의 데이트 - 옛 추억

샛솔 2017. 2. 26. 16:58

비오는 날의 데이트  -  옛 추억

 

 

2월 22일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날 코니와 나는 치과 예약이 되어 있었다.  임플란트의 마지막 과정으로 심은 티타늄 뿌리에 크라운을 씨우는 시술이다.     한 열흘 전 본을 다 떴기 때문에 그 날은 제작한 크라운을 씨우면 끝난다.

 

오전 예약이라 12시쯤 모든 시술이 끝났다.

 

치과는 5호선 내방역 근방이다.   우린 치과가 끝나면 자주 여의도 "신동양대반점"에 가서 점심을 먹곤 했다.   거긴 채식 중식집이라 채식으로 된 중화요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 2009/10/15 - [잔차일기] - 브롬톤이 열어 주는 새로운 세상 )

 

치과가 끝날 때 여의도에 가는 이유는 내방역에서 우면상쪽으로 올라가면 방배역이 나오는데 거기엔 461 번 버스가 지나간다.   시간은 꽤 걸리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여의도 역까지 데려다 준다.  신동양대반점가기 가 십상이다.

 

요즘은 9호선이 선정릉까지 연장되어 15분 남짓하면 여의도역에서 선정릉역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지하철은 무임승차하는 노인들이 많아 가능하면 피하고 있기 때문에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이 버스는 한티역도 지나가지만 한티역에서 타면 1시간 20분 넘게 걸린다.

 

그런데 그 날은 중식보단 다른 음식이 먹고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내방역을 지나는 버스 하나가 남산 3호터널을 지나간다.   406번이던가?

 

그렇다면 해방촌 경리단 정류장에서 내리면 "알마또"에 갈 수 있겠다.   ( 2015/11/08 - [국내여행기/서울] - 서울 기행 1 - 알마또 이태리 식당 )    그래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경리단정류장에서 내려 녹사평 대로를 육교로 건너 "알마또"에 갔다.   

 

한 한달전에서 "알마또" 에 간 일이 있었다.  화요일이 정기휴업일이란 것을 몰라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한 2주에 다시 화요일을 피해 가서 피자와 파스타를 맛 있게 먹었다.      알마또는 실망시키는 일이 없어 수요일인 22일에 갈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또 문이 잠겨 있었다.   주인장이 이태리 여행을 갔다고 써 있었다.  아주 닫는 것이 아니고 3월 며칠까지만 휴업이라는 것이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피자 생각을 하니 딴 음식은 싫고 1~2년전에 대학로에서 나폴리 피자를 먹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나폴리 피자라고 해서 들어 갔었다.   나폴리 피자는 10여년전 로마에 머믈 때 나폴리에 가서 먹고 맛 있어서 두번 갔던 생각이 나서 그 생각을 하고 그  집에 들어 갔던 것이다.

 

나폴리 본토에서 먹은 피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그런 대로 맛 있다고 생각해서 꿩 대신 닭이라고 그 알마또 대신 그 집을 찾아 가 보자고 했다.

 

거기서 택시를 타고 대학로에 갔다.   몇년전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그 집을 찾아냈다.

 

 

 

Di Matteo 란 집이었다.

그 때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루꼴라 피자와 와인을 시켰다.

 

 

 

점심을 먹고 대학로를 산책했다.   적당한 뮤지컬이나 연극을 볼까 생각해서 i 에 들어 갔다.  시간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대신  "학림다방" 에 들어 가 보기로 했다.

 

"학림다방"은 얼마전에 TV 에서 봤던가 기억에 떠 올랐다

 

대학로, 동숭동,  혜화동은 우리 둘에게는 추억의 옛 동네다.    (2007/06/27 - [일상, 단상/사랑, 운명, 인연] - 운명의 인연 ,   2007/07/02 - [일상, 단상/사랑, 운명, 인연] - 인연의 나선 궤적을 따라서  )

 

그리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50년대 내가 다닌 문리대가 있던 곳이고 그 근방의 가게들은 다 익숙한 곳이다.    그런 가게나 다방은 다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같은 이름으로 남아 있는 곳이 "학림다방"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학림다방이 문을 연 해가 1956년으로 나온다.

 

내가 문리대에 입학하던 해에 문을 연 것이다.

 

학림다방과 혜화동 로타리에 있던 "가나안· 다방은 내가 대학생 때 자주 갔던 곳이다.

 

학림다방은 내 한반 친구 L 군이 가기만 하면 Tosca 의 "별은 빛나고" 를 틀어 달라고 해서 우리가 가면 의례 주문을 하지 않아도 다방 레지는 "별은 빛나고"를 틀어줬다.   

 

그래서 "학림다방"은 내 기억속에는 "별은 빛나고" 와 연동되어 있다.

 

가나안 다방은 사라진 다방이지만 내 추억이 많이 서려 있다.  ( 2007/07/02 - [일상, 단상/사랑, 운명, 인연] - 인연의 나선 궤적을 따라서 ,  2014/12/17 - [이것저것/말, 글자, 중국어 ] - Things Old and New - 중국말 사전 앱 Pleco )

 

그래서 학림다방에 들어 가게 된 것이다.

 

내부는 옛 스럽게 꾸며 놨지만 60 여년전의 그 것들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식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비엔나 커피를 마시고 다시 비를 맞으며 귀로에 나섰다.

 

여긴 143번이 대치사거리에서 온다.   그 버스를 타면 돌아 갈 수 있으려니 했는데 대학로에서는 강남행이 없었다.     그래서 마로니에 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강남행 버스는 혜화동 로타리에서 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버스를 올라 탔다.   버스는 창경궁과 종묘를 지나 을지로1가 를 신세계 백화점을 지나 남산 제3호 터널을 뚫고 간다.    잠원동을 지나 강남의 일대를 돌아 디니다 대치현대아파트역에 내리니 5시가 가까워졌다.

 

비 오는 날 오후의 긴 데이트가 끝났다.

       

 

 

 

학림다방은 최근의 TV 의 소개 탓인지 기다려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우린 계단을 올라 다락같은 공간에 만들어 진 자리에 안내되었다.

 

 

 

다락 자리에서는 아래 홀과 주방이 잘 보인다

 

 

 

창밖 대학로는 여전히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이스 크림과 비엔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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