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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

화란교리서

샛솔 2018. 4. 20. 20:58

화란교리서

 

80년초 내가 카토릭에 입교할 때쯤  엄청히 많은 종교 관련 서적을 읽었다.  카토릭 책 말고도 개신교 신학책도 많이 읽었다.   성당에서 만난 젊은이가 있었다.    캐토릭 신학대학을 다니다 중퇴하고 일반 회사를 다니는 젊은이었다.  어찌어찌하다 신학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 읽고 있던 Harvy Cox 책 이야기를 하니까 깜짝 놀라하던 생각이 난다.  물리학 교수가 그런 신학책을 다 읽다니.. 하고.

 

종이책을 버리는 과정에서 종교관련 책도 다 쓸어 버렸다. Brittanica 가 폐지로 나갈 판이니 종교관련 책, 그것도 한글 아니면 대부분 영문책 복사본었던 그런 책이니 미련 없이 버렸다.(한글책은 쉽게 다시 구할 수 있고 해적판은 지니고 있는 것 자체가 꺼림직했다.)   아마도 신학대학 교재 아니면 참고서로 쓰이던 영어서적 복사판(해적판)이 버젓이 서점에서 팔릴 때였다.  영어책이라 해도 해적판은 값도 싸니까 책방에 가서는 이것 저것 서너권씩 사가지고 오면 금방 서가가 가득 메워졌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난 것이 화란 교리서라는 카토릭 교리책이었다.  이 건 한글 번역판이었는데 누군가가 권해서 한 권 사서 읽었던 책이다.

 

이 건 가히 충격적인 책이었다.   카토릭교리서에 진화론이 나온다니..    그것도 진화론을 비판하기 위해서 인용한것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의 근원을 되짚어 보는 서술에서 진화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인용한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되어 분도출판사에서 정식 출판된 교리서였다.

 

그런데 그 책도 정리할 때 함께 버렸던 같다.   찾을 수 없다.   

 

그책은 도미니꼬회 소속 네델란드 Nijmegen 대학 신학교수인 Edward Schillebeeckx 신부가 주 저자이고  Nijmegen 대학 신학교수 Piet Schoonenberg 가 공동 저자로 저술된 책이다.

 

이 책은 10여개의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100만부 이상 팔린 million seller가 되었다.

 

진화론의 본산인 분자생물학자가 진화론을 옹호하면서 카토릭 신앙을 고백한다고 해서 카토록 대상을 받는 시대(과학과 신앙)인 오늘에서 보더라도 진보적이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책이라 해도  당시(1966)에는 카토릭계에는 폭발적인 사건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위 인용글의 주인공인 Kenneth Miller 교수의 수상소식(과학과 신앙)을 듣고 그 때 읽었던 기억을 곱씹어 보고 싶어 책을 다시 살 수 있나 검색해 보아도 그 어디에도 파는 곳이 없었다.

 

이 책에는 진화론말고도 카토릭의 정통교리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많아 끊임 없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출판허가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 이후 이 책은 거의 금서에 가까운 처우를 받고 재출판은 고사하고 연구목적이 아니라면 쉽게 구해 보기 힘든 희귀본으로 사라진 것 같다.  여름마다 가는 암스테르담에서도 고서점에 가면 있을려나 했지만 내가 읽을 수 있는 영어번역판은 그런 곳에 있을 리 없었다.

 

기회가있으면 온라인에서 검색을 하곤 했지만 그 책의 해설이라든가 비판서 같은 종류이지 원서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제주 여행때 미국 아마존에서 헌 책이 하나 나온 것을 발견했다. 읽은 만한 상태라고 했고 값은 10불 미만이라 송료가 가장 낮은 방법으로 책을 주문했다.     제주도 여행을 끝내고 돌아 와 보니 그 희귀서가 집에 와 있었다.

 

어제는 그 책을 ebook화 했다.  책 자체가 낡아서 그 냥 읽으면 파손될 것 같기도 하고 또 활자가 작아서 읽을 수 없을 뿐 더러 아이패드로만 독서를 하는 요즘 내 독서습관으로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값은 $8.12 로 나왔는데 송료가 책값보다 더 들었다.

 

 

 

내가 구한 화란 교리서

최초엔 교황청에서 수정 명령을 내렸지만 책을 수정하는 대신 저자들은 수정명령을 받은 부분을 부록으로 뒤에 붙이는 방식으로 원 저작품을 그대로 유지했다.

 

 

 

책을 펼치자 마자 두 부분으로 갈라졌다.

ebook화하지 않으면 그대로는 읽을 수 없다.

 

 

 

조금씩 낙서도 보였다.

 

 

 

1966년에도 화란 교리서에 진화론을 수용했는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창조과학을 믿는 박아무개 교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http://boris-satsol.tistory.com/1555)

 

이 책을 돌이켜 보면 세상에는 반세기를 앞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황무지에 길을 내는 사람을 영어로는 trailblazer 라고 한다.   이 책의 주저자인  trailblazer Schillebeeckx 신부는 2009년에 95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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