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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노부부인 우리가 사는 법 본문

일상, 단상/노년, 건강

노부부인 우리가 사는 법

샛솔 2018. 10. 14. 21:11

노부부인 우리가 사는 법

 

 

얼마 전 밖에 나갔다가 택시를 타고 돌아 오는 길이었다.   우리 부부는 택시 안에서 무언가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난 택시 안에서 긴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택시기사가 엿듣게 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은 무슨 이야기인지 꽤 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기억은 나지 않는다.  맛 집 이야기 아니면 자전거 이야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 것이다.

 

우리 둘은 늘 모든 것을 같이 하니까 당연히 이야기 거리가 많다.

 

거의 24시간 붙어 사니까 그 사이에 이야기가 많다.  

 

거의 집에 도착할 때쯤 되니까 택시 기사가 그런다.   우리 같은 노부부를 처음 본다는 것이다.  노부부는 대화를 안 한다는 것이다.   노부인끼리 또는 노인남자끼리는 이야기를 해도 부부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투는 이야기가 아니고 오곤조곤 낮은 소리로 대화를 하는 것은 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Gekko FX를 타다가 한강 자전거길 휴게소에서 잠깐 쉬면서 목을 축이고 있는데 역시 나이 든 잔차인이 다가와서 말을 건다.   우리 자전거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묻더니 우리가 부부냐고 묻는다. 

 

 

흔하지 않은 똑 같이 생긴 외제 3륜 자전거를 탔으니 오다 가다 자전거 길에서 만난 노인 남녀라고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텐데 굳이 우리가 부부냐고 묻는 것은 우리 나이 또래의 노부부가 자전거를 같이 타고 한강 자전거 길에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그것을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한강 여의도에서 아침 피크닉

 

 

 

 

하긴 우리는 특이한 노부부임에는 틀림 없다.  

 

우리 집에서 거의 10년 일했던 도우미 아줌마는 많은 노부부 집에 일을 다녔어도 우리 같은 노부부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오누이 사이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라고 싸우지 않고 살진 않았다.   시간을 열개로 쪼개면 한 두 번은 다퉜다.   두 인격체가 똑같이 맘에 드는 일만 골라 할 수는 없고 상대가 자기 맘에 안 드는 일을 하면 나무라거나 신경질을 부린다.   또 상대가 그 말을 들으면 부아를 돋우게 되고 말 싸움이 시작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 회수가 줄어 든다.   전에  연인사이 같은 부부관계

 

어쩌면 해로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자각이 스스로들을 관대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라고 쓴 일이 있다.

 

평균수명을 넘긴 우리 나이쯤 되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다툴 만큼 중요한 일이 되겠는가!  

 

그걸 깨달으면 자연 다툴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아프지 않고 눈 감는 날까지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노부부가 대화를 하는 것은 뇌 건강에도 유익하다.

 

나이가 들면 신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뇌도 퇴화되어 젊었을 때와 같은 기능을 다 할 수 없게 된다.   그 중에서도 기억력이 떨어진다. 

 

근력이 떨어지면 운동을 해서 근육을 강화하듯 뇌도 계속 사용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  대화는 아주 좋은 뇌 강화방법이다.

 

 

옛날 기억은 어떤 때에는 아주 상세하게 떠 올릴 수 있는데 최근에 경험한 기억은 쉽게 잊는 경우가 많다.   몇 시간전의 일을 떠 올리는데 한참 애 쓸 때도 많다. 

 

내가 이 블로그를 열심히 쓰는 이유중의 하나는 내 기억강화도 그 목적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인터넷 연구를 해서 알아낸 여러 지식도 시간이 지나면 잊기 쉽기 때문에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 이 블로그에 적어 두는 것이다.

 

그런데 소소한 일상적인 것은 쉽게 잊기가 일쑤다.  물론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떠 올리지 않아도 될 때가 많지만 갑갑할 때가 많다.

 

 

TV 화면을 보다가 어떤 연예인을 보면 아 저 남자 누구지?” 알듯 모를 듯 할 때 아내가 기억해 낼 때도 있고 아내가 기억 못하는 것을 내가 기억해 내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기억을 공유하는 교류기억장치(transactive memory device)가 되는 셈이다.

 

교류기억에 대해서는 전에 아래의 글에서 설명을 한 일이 있다.

 

나이와 더불어 감퇴하는 기억력에 대하여 - 교류기억과 외장 두뇌 (출처: http://boris-satsol.tistory.com/1070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

 

 

이처럼 노부부가 대화를 하면 메모리 용량이 배가하는 것이다.

 

물론 둘 다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 된다.

 

인터넷에는 정말 엄청난 양의 사소한 정보가 들어 있다.

 

난 그래서 검색의 명수가 되었다.   뭐던지 찾아 낼 수 있다.  그래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인터넷 정보를 검색해서 다 기억해 낸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 중에 운동을 하는 것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이야기다. 

 

유 산소 운동은 혈액 순환을 왕성하게 하여 뇌에 많은 피(산소)를 보내 뇌의 노화를 막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치매를 예방할 뿐 아니라 치매에 걸렸다 해도 그 진행을 늦추는 효과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우리가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육체와 정신의 노화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또 노년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바법중의 하나는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는 것이다

 

 

전에 이 블로그에 소개했던

 

 

 

최근에 읽은 알츠하이머 예방법에 관한 책

Jean Carper 가 쓴

·"100 Simple things you can do to prevent Alzheimer's"

ebook 을 만들고 나서 문구점에서 다시 제본을 했다.

출처: http://boris-satsol.tistory.com/1423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에 있듯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모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다니지 않은 길을 찾아 다니고 새로운 물건들을 사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은 역시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나는 나 대로 새로운 물건이나 어른 장난감을 검색해서 사기도 하고 뭔가 우리 자전거 생활에 유익한 새 제품에 대해서 계속 구입하여 시험해 보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다.

 

아내는 아내대로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쿠킹을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아 내어 시험해 본다.  오늘도 밖에 나가는 대신 집에서 쌀 피자를만들어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오후엔 손자손녀가 좋아하고 우리도 간식으로 먹는 시나몬 오트밀 쿠기를 구웠다.

 

아내의 취미는 끊임 없이 새 쿠킹 웨어를 사고 버리고 사고 버리고 하는 일이다. 

 

오늘 아내가 만든 음식들은

 

 

 

 

 

 

 

 

현미 잡곡 누룽지 피자

코니가 즐겨 찾는 Jenny 의 간단한 요리 리시피 중에

밀가루 피자판 대신 Cauliflower 로 피자판을 만들어

피자를 굽는 건강식을 응용했다

 컬리프라워 대신 현미잡곡밥을 누룽지화해서 깔고 피자를 만들었다.

밀가루 보다 건강식이다.

맛도 좋다.

밥 햄버거도 있으니 밥 피자도 누군가 개발해 볼 법하다.

 

 

 

 

 

Oatmill Cinamon chocolate cook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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