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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운명, 인연, 연애 본문

일상, 단상/사랑, 운명, 인연

운명, 인연, 연애

샛솔 2007. 7. 9. 21:22

운명 인연 연애

 

운명의 인연"은 쓸려고 계획을 해서 쓴 것은 아니다.  결혼 46주년을 기념하는 정선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쓰다 보니 그렇게 흘러 가 버린 것이다.   

 

아내 코니가 인플란트를 한다고 치과에 다니면서 심한 운동은 피하라는 의사의 지시로 자전거 타기를 잠시 접고 쉬고 있었다 .  그런데 마침 장마까지 겹쳐 여행을 중단하는  바람에 심심하기도 해서 "인연"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그 발단은 여행기를 쓰려는데 :

"참 그 미국 결혼 증명서(Certificate of Marriage) 가 어디 갔지" 하고 옛 문서들이 들어 있는 가방을 뒤지다 보니 옛 사진들이 나왔다.   옛날 등록증, 영수증 호적등본  따위도 나왔다.    그런 사진 또는 문서들이 사라지기 전에 스켄이나 해 두자고  몇장을 스켄을 하고  그 사진에 대한 설명을 붙이다 보니 그것이 늘어 나서  세 개의 게시글이 된 것이다.

 

10년전만 되었대도 이런 글은 낯가지러워 쓸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나이가 드니까 뻔뻔해 지는 가보다.  이런 개인적인 은밀한 이야기를 써 대니 말이다.  

 

그런데 재미 있는 사실은 이런 이야기가 흥미가 있는지  보통  하루 100 명근방이던 내 블록의 방문객이 이 글을 게시한 다음날엔 300을 넘어 섰었다.  인연이라든가 운명이란 게 아마도 흥미를 돋구어 주었는지 모른다.   나이가 든 사람의 이야기라 해도 연애 이야기는 재미가 있는 가 보다.  

 

블로그라는 것은 원래 웹페이지를 항해하는 네티즌에게 읽으라고 "출판"하는 개인 잡지 (Web log)에서 나온 말이다.  읽어 주는 네티즌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고 읽어서 즐거워 하는 내용이라면 쓰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싶어 써 댄 것이다.  

 

그리고 옛 이야기를 쓰다 보니 옛날 살던 혜화동 일대를 답사를 하게 되고 그 기행글을 쓰다 보니 다시 옛일이 생각나고 해서 꼬리가 꼬리를 물고 게시글이 생겨 난 것이다.  

 

사실 나는 이런 이야기는 보통 하지 않는데 아내는 이런 이야기를 잘 한다.  

유학생활을 끝내고 모교에 부임했을 땐  우리부부의 나이도 학생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시절 학생들이 놀러 오면  짓꾸진 학생들이 "선생님 사모님과 어떻게 만났어요 ? " 하고 젊은 신임 교수의 연애 얘기를 해 달라고 졸라 대곤 했었다.  

 

말재주가 좋은 아내가 내 대신 학생들에게 "우리의 만남과 로망스"를 듣기 좋게 잘 해 주었기 때문에  소문이 났는지 다음에 들어 온 학생들이 와도 같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었다.  그래서 50대 후반의 옛 제자들은 대부분 우리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쓰면서 아내와 함께 옛 이야기를 회상하고  또 옛날에 살던 동네까지 답사하니 우리 자신도 옛날로 돌아가 나이를 잊고 청춘으로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중에서 인터넷에 블로깅을 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얘기는 아마도 독특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 살아 본 사람으로 과거를 회상하면서 쓰는 운명이나 인연 또는 연애 이야기는 지금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올 자신들의 운명이나 인연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하는 점이 좀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137억년전 빅뱅이 이러 났을 때 우리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었다.

 

 붙박이별이 생겨 나고 별의 주변에는 떠돌이별이 생겨날 것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태양이라는 붙박이별 주변에 생겨난 세 번째 떠돌이별인 지구별에 생물이 생기고 그 원시 생물은 진화해서 사람이 되고 그 무수한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태어 나고 그 사람과 만나 또 새 사람을 낳는다.   이것은 예견된 결과다.  

 

그러니 운명은 이미 137억년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해도 이론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이다.  우리는 오늘의 세상사가 모두 바로 전의 세상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물리학에서는 인과율 (Causality) 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세상사를 다 예측할 수 있는 것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상태를 세세히 다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는데 사람은 유한한 인식 능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사위를 던질 때 어떤 숫자가 나올지 아무도 예측 못한다.  그러나 원리적으로는 초기 상태를 알면 뉴턴역학을 풀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초기조건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결과를 모르는 것이다.  뉴턴역학의 결함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의 한계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원천적으로 상세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캐오스(Chaos) 의 자리길은 무한 정밀도의 초기 상태를 알아야 예측가능하다.   이 말을 뒤집으면 캐오스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무한은 말 그대로 한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의 "뉴론"이란 세포가 아무리 많다 해도 그것은 유한한 갯수이고   "무한정밀도"를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리적으로 운명이 정해 졌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도 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월하의 노인이 아이의 새끼 손가락에
빨간실을 묶는다는 설화가 있다.  그 실의 끝은 운명의 상대란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실의 끝을 알 수 있을까?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운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원천적 능력의 한계가 그 실의 끝을 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사위의 숫자가 뭐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사람의 운명이랴.

 

어느 유행가의 가사

 

....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 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거지   으~~음 어~~허

....

처럼  우리는 운명을 미리 알 수 없다.

 

그리고  운명을 미리 안다면 재미 없지.

설레임도 불안도 없다.

불안도 설레임도 없다면  그 무슨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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