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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어둠속의 남자 본문

어둠속의 남자

샛솔 2009. 10. 7. 08:21


우연히 어느 잡지의  Paul Auster 의 신작 <어둠속의 남자>의 서평을 읽게 되었다. 

내가 그 서평에서 이책을 보고 싶게 만든 것은 <..짧고 명료한 문장을 통해 고독과 절망으로 가득찬 도시인의 초상을 그린다. .. > 라는 문구때문이였으리라.  

도시인의 고독과 절망이라....

나는 고독하지도 절망하지도 않지만  도시를 사랑한다.   나는 철저히 도시인다.   그러니 내 동료 도시인의 고독과 절망이란 무엇인가 알아 보고 싶었다. 

책의 저자 폴 오스터(Paul Auster)는 뉴요커이고 책속의 주인공은 비록 당장은 뉴욕에서 떨어진 버몬트에 살지만 책속의 이야기는 뉴욕 언저리에서의 이야기다. 

우연하게도 소설속의 주인공 브릴(August Brill)은 나와 동갑내기였다.   

아내를 잃은지 1년 남짓된 그리고 얼마전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못쓰게 되 휠체어에 앉아 사는 은퇴한 퓨릿쳐상까지 받은 도서비평가다. 

나이가 나와 동갑일 뿐 아니라 시대와 사건이 나와 겹쳐지거나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겸험을 많이 했다. 

또  이 소설속에서 등장인물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려는 것에는 나와 같은 생각이 많이 있다.

그래서 오래 간만에 소설 하나를 짧은 시간에 완독했다. 

이야기의 구성은 독특하다.   마치 한 편의 사이피(Sci-Fi = Science Fiction) 같기도 하다.     

뉴욕에 살던 주인공 브릴은 교통사고 이후 40대의 이혼한 외동 딸 밀리엄의 강권에 의해 버먼트의  딸의 집에 와서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딸의 유일한 딸아이, 주인공의 손녀가 그 녀의 전 애인이 이라크에서 무참히 죽은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제 엄마 밀리엄의 집에 와 두문불출 죽치고 있다. 

딸은 작기이고 대학에 강의도 나간다.  엄마가 집에 없는 동안 나다닐 수 없는 주인공과 스스로 은둔생활을 하는 손녀 키타아(Katya)와 하루에 두세편의 영화를 보면서 지낸다.  

그리고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는 밤엔 주인공은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 긴 새벽을 기다린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마치도 생동하는 새로운 세계로 다가 오며 이야기속의 이야기로 살아 난다.    

이 이야기속의 이야기엔 미국은 내전중이다.   2000년 미국은 조지 부시,  딕 체이니,  도날드 럼스펠드등 네오콘(여기서는 파시스트로 불린다)가 선거에서 다수 득표한 앨 고아에서 대통령직을 강탈하자 연방을 탈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자 연방파는 독립주들을 공격하며 내전이 벌어 진다. 

그리고 이 이야기속의 이야기의 2차 주인공 오웬 브릭(Owen Brick)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전쟁에 던져진다.
 
뉴욕에서 마술사로 예쁜 아르헨티나 출신 아내와 단란한 생활을 하던 오웬 브릭은 어느날 군복을 입은 채 땅 구덩이에서 깨어나 1차 주인공 오거스트 브릴을 죽이라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이 버먼트에 사는 휠체어에 탄 불면증에시달리는 늙은이를 죽여야만 전쟁이 끝난다는 것이다.   

그가 죽어야만 그의 머리속에서 그리는 이 내전중의 미국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두 세계,  이라크와 전쟁하는 미국과 내전중인 미국이 이 소설속에는 공존한다. 

그리고 1 차 주인공 브릴과 그의 딸과 그의 손녀 모두가 상처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주인공 브릴의 누나 매형 그리고 지인, 이라크 전쟁에 자원해서 간 손녀의 옛 애인의 이야기로 점철되며  미국의 과거와 현실의 모순과 갈등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 나는 군상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주인공 브릴이  동갑내기 아내 소피아와 결혼한 해가 1957년인데 난 1살 2달 차이의 아내와 1960 년에 미국 시애틀에서 만났다. 

또 존 에프 케네디 암살될 때에도 린든 존슨과 골드 워터가 대선 맞섰을 때에도 나는 대학원생으로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던 중이었고 동료 미국 대학원생들의 열 띤 토론을 지켜 봤다.   이 소설에 나오는  베트남전,  반전시위,  도시의 폭동들은 내가 60년대 미국에 살면서 직접 눈으로 봤고 겪었던 일이다.   


나 또 한 앨 고아가  조지 부시에게 대통령을 빼앗꼈을 때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에 대해 바보 같은 미국이라 흥분했었다.    미국인이었다면 얼마나 약이 올랐을까.  내전이 일어 날만도 하다.

무모한 이라크 전쟁 그리고 그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  그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은 소설속의 인물들 말고도 얼마나 많은가!
 
이 소설에는 영화학을 공부하다 돌아 온 손녀와 할아버지는 영화 이야기도 많이 한다.  비토리오 데시카의 영화도 내가 젊었을 때 좋아 했던 영화이고 도쿄 모노가타리(동경이야기) 이야기도 나온다.

나 또한 작년 겨울 허리를 다쳐 집안에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생활을 몇달 한  경험이 있다. 

원래 불면증 증세가 있는데 허리를 펼 수 없어 잠을 잘 수 없어 긴 밤의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다.   그 때 처방 받아 먹기 시작한 <스틸녹스>는 아직도 계속 먹고 있다.  

중독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약 없이는 긴 새벽을 기다리기엔 너무 지루하다.

잠 못 이뤄 일어 나는 생각들은 불교에서는 <번뇌망상>이라고 한다. 

<번뇌망상>도 재주가 좋은 사람이 글로 쓰면 소설이 되고 찍어 내면 책이 된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그 책을 읽으면서 <번뇌 망상>을  쫓아 낸다.  

대품반야경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 어리석은 중생은 환처럼 일어나는 생각의 진흙탕속에 빠져 그 생각과 업이 한 덩이가 되어 꿈과 같은 생사를 되풀이 한다.  ...>



 

Man in the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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