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드론이 창공을 날았다. - 2022년 섣달 그믐날
오늘이 양력으로 섣달그믐이다. 항상 섣달그믐에는 블로그 글을 써서 올리곤 했다. 그래서 지금 그 밤이 시작하는 초저녁에 컴퓨 앞에 앉았다.
보통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감회를 적곤 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르다. 너무나 색다른 일을 아침나절에 한 것이다.
처음으로 내 드론이 실외에서 날았다.
이 사실은 내 인생에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드론은 항상 언젠가 날리고 싶다고 했어도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 피일하다가 결국 드론은 꿈으로 끝나는구나 하고 있던 차에 나도 날릴 만한 드론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더 늦기 전에 해야겠다 맘먹고 실행에 옮겼다.
최근에 DJI사가 모션컨트롤러라는 새 드론 조정도구를 출시했다. 드론을 누구나 날릴 수 있게 해 준다고 난리도 아니다.
이제까지 드론은 두 손가락으로 드론의 온갖 미세한 움직임을 조정했다면 이 모션 컨트롤러는 한 손의 손목만을 써서 드론을 조정한다. 그리고 fpv(first person view - 일인칭 시점)만으로 조정한다. 그것을 드론의 영상(일인칭시점)을 휴대폰과 같은 영상수신 장치를 컨트롤러에 붙여서 보는 대신 아예 고글에 그 시점을 눈에 보는 듯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고글을 착용하고 일인칭 시점을 보면 나르는 항공기의 조정사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멀미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고글과 모션컨트롤러가 한 획을 긋는 드론의 진화라는 평이 많다.
그래서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드론을 오늘 창공에 날려 본 것이다. 그러니 2022 년 섣달그믐은 지난해의 회고가 아니라 앞으로 살 날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무리 쉽다고 해도 그것은 매뉴얼 컨트롤에 비해서 쉽다는 것이지 아주 쉬운 것은 아니다. 일단 엄청 뇌운동을 해야 한다. 드론이 고글에 보내는 영상은 평면영상이다. 고글에 두 눈에 맞는 화면이 있지만 같은 영상이다.
따라서 두 눈이 보는 원근감이 전혀 없다. 나무를 봐도 나무와의 거리에 대한 감이 없다. 단 화면에 드론의 위치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나로부터의 거리, 출발 위치와의 상대 고도 그리고 이미 익혀 둔 풍경으로부터 드론이 향한 방향을 모두 합쳐 두 눈이 하던 시각정보 처리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
드론의 속력은 수평으로는 최고 100 kmh까지 나온다고 한다(상승 또는 하강의 속력은 23 kmh 정도이긴 해도). 수평속력은 가속방아쇠를 계속 한 방향으로 당기고 있으면 생긴다. 아주 높은 위치가 아니라면 장애물과 고속충돌도 할 수 있다.
Gadget.com 에서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내 뇌에서 처리해야 하므로 뇌운동이 최고조로 진행된다. 한 20 분 실시간 날렸는데 엄청 배가 고픈 것을 보면 뇌가 당을 많이 소모한 것 같다.
참으로 의미 있는 섣달그믐이었다.
동영상은 편집을 해서 나중에 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