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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반전에 반전이 끊임 없이 거듭되는 서스펜스 드라마 본문
인생은 반전에 반전이 끊임 없이 거듭되는 서스펜스 드라마
코니는서스펜스에 약하다. 우린 TV 드라마도 종용된 것을 케이블 TV에서 본다. 드라마의 황금시간대인 10-11시는 너무 늦은 시간이기 때문 실시간 방송 드라마를 보기가 어렵다.
또 종용된 다음에는 드라마에 대한 평이 알려져서 인기 있는 드라마만 골라서 볼 수 있다.
이야기가 평탄한 드라마는 괜찮지만 베베 꼬이고 사건이 복잡하게 전개되면 코니는 마직막회를 먼저 보자고 한다. 그래야 마음 조이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스펜스에 약하기 때문에 결말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난 그 반대다. 결말을 보고 나면 흥미가 떨어져 보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다. 서스펜스가 재미가 있는데 결말을 알고 나면 재미가 없는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에도 마찬가지다. 늘 다니는 길은 다니기 싫다. 물론 운동삼아 탄다면 그냥 탈 수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이 계기가 되어야 타는 맛이 난다.
그래서 전에는 새 길을 찾는 탐험을 많이 했다. 구리 한강 공원 자전거 도로가 생기기전에 워커힐을 넘어 아차산네거리길에서 농로 같은 길을 찾아 낸 것도 내가 걸어 다니며 탐험을 했기 때문이고 왕숙천에서 중랑천 넘어 가는 길을 탐험한 것도 내가 걸어 다니며 길을 찾은 것이다.
코니는 드라마에서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경향을 가지고 있다. fiction을 별로 좋하하지 않는다. 꼭 읽을 때에는 뒤를 먼저 읽고 결말을 알고 나서 앞에서 읽어 나간다. 사건이 전개되면 불안해 진다는 것이다. 결말을 알아야 안심하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 아니야? 하고 놀려 댄다.
그런데 인생은 어떤가? 사람들은 인생에도 결말을 알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점을 치는 것은 결말은 먼저 알고 싶어서 일 것이다. 도대체 난 어떻게 되는 거야?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의 결말을 알고 보는 것만큼 인생도 결말을 알고 산다면 그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것이 아주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지루할 것이다. 다음에 일어날 사건을 다 알고 산다면 그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설레임도 기대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김국환이 부른 <타타타>라는 유행가에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치앞도 모두몰라 다안다면 재미없지······
······그런게 덤이잖소·······
라는 구절이 있다. 인생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김국환의 타타타에는 뭔가 서글픔이 서려 있다. 바닥을 헤메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 날 듯하다 또 다시 나락에 떨어지고 이젠 셈이 펴는가 싶은데 또 우환이 겹친다. 이런 것이 인생살이라는 그런 정서다.
그런데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더 좋은 일이 일어 날 듯하다 꺼져 버리고 단 꿈을 꾸다 깨어 나는 허망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잘 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난 반전과 반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인생사고 거기서 인생드라마의 서스펜스를 즐기 수 있다면 그것이 <인생 살이의 덤>이다. 맨몸으로 왔다가 수의 한벌 건지고 가는 이상의 덤이다.
우린 어제 인생사의 반전극 한막을 더 체험했다.
어제 우린 그렇게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던 티타늄 브롬톤이 손이 잡힌 줄 착각을 했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NyceWheels 라는 뉴욕의 미니벨로 온라인 숍에서 M2L-X 를 산 줄 알았다. PayPal 로 돈 까지 지불했다. 5천불 가까운 돈을 지불하라니까 PayPal에서 확인 전화까지 받았다. 배송대행 주소도 새 것으로 대어 주었더니 혹시나 사기가 아닌가 확인전화를 한 것이다. 신용카드 뒷번호 4자리를 대어 주고 확인을 맞췄다.
그리고 PayPal에서 지불확인 메일이 도착했고 NiceWheels에서 주문확이 메일도 받았다.
그래서 난 흥분한 나머지 자랑삼아 9.5 Kg 짜리 세상에서 가장 작게 접히고 가장 가벼운 브롬톤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글까지 내 블로그에 올렸던 거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Standard 기어비 범위가 우리에겐 너무 높다. 그래서 54T 인지 50T의 44T 의 chain ring으로 웃돈을 더 줄테니 바꿀 수 있겠느냐는 메일을 보냈다.
서울과 뉴욕은 시간차가 거의 12시간이다. 낮과 밤이 정 반대인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주문을 내고 흥분을 하고 PayPal 확인전화를 받고 한 것은 뉴욕의 밤시간에 한 일이었다.
NyceWheels 의 주문 확인 메일도 컴퓨터가 주인장 몰래 자동 프로그램으로 그렇게 그럴사하게 포장해서 보낸 것이다.
그런데 내가 chainring 교체와 같은 특별한 주문 메일은 내가 잠든 여기 밤시간에 깨어난 사람이 읽은 것이다.
나이탓인지 잘 몰라도 난 밤잠을 잘 못 잔다. 밤중에 수시로 깨고 잠을 청하기 위해 아이폰 게임을 한다. 솔리테어 스파이더 같은 카드 게임을 하다 보면 잠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아이폰은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지 않으면 켜서 게임을 한다.
오늘 세벽 4시경에서 화장실을 갔다 오니 잠이 깨었다. 스파이더나 하려고 아이폰을깨웠다. 메일이 와 있다. 뉴욕에서 내 chainring 교체 주문인가 반가워 메일을 열어 보니 기대대로 NyceWheels에서 온 것이었다.
Hi Mr. Lee,
We don’t have these Bromptons in stock but we could order them for you. The leadtime for a Brompton order is 3-4 weeks. The bikes come standard with 50T chainrings but we could change it to 44t to lower the gearing for you at an upcharge of $25 per bike. The bikes would come to you with your preferred gearing already installed.
We also have a wide variety of titanium bikes here in stock, but no M2Ls. ·······
불길한 예감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귀한 Brompton M2L-X가 2011 년 모델이 나올 시점에 2대씩이나 남아 있다니 의심도 들었다. 결국은 그 불길한 예감이 적중한 것이다.
3-4 weeks 는 믿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어디서 주문을 해 주겠다는 건가? 영국 본사는 1월 15일 까지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관례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브롬톤 총판에서? 아직도 재고가 있단 말인가? 한번 이런 무책임한 온라인 몰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결국은 그것도 결국은 <확인한 결과 영국 본사에도 미국 총판에도 재고가 없다>는 통보가 오기 십상이다.
오늘 주문 취소 메일을 보냈다.
물건은 내 손에 들어 올 때까지 내 것이 아닌 것이다.
한 겨울밤의 꿈을 꾸고 난 기분이다.
그래도 이런 반전의 서스펜스가 없다면 인생은 살 재미가 없을 것이다. 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