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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

강남엄마 따라잡기 - 쪽집게 과외선생

샛솔 2007. 8. 4. 14:02

강남엄마 따라잡기– 쪽 집게 과외선생

 

어제 비가 온다는 예보라 자전거타기는 접고"강남엄마 따라잡기"를 따라 잡았다.  오늘날의 일그러진 교육현장을 비록 과장은 했으나 상당히 현실감 있게 풍자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의 경제수준이 올라서 그렇지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오늘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또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니다.   

 

가난했던 옛날에도 "강남엄마"는 있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1950년대 후반은 625 전쟁의 폐허를 재건하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보리가 익지 않은 이른 봄 "보리 고개" 니 "춘궁기”니 하는 말들이 신문에 자주 오르내릴 때였다.  가난한 시골에선 "초근 목피"로 연명한다느니 하던 시절이었다.   정말 배고프고 가난할 때였다.

 

나 역시 비극의 가족사로 연로한 홀어미니와 누님 집에 얹혀 살고 있었다.   학비와 유학비를 벌기 위해 대학 4년간 가정교사를 했다.    

 

주로 혜화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6 학년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 당시는 초등학교에서 명문 중학교에 들어 가는 것이 어머니들의 열망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혜화초등학교

한 때 여학교에게 팔렸다가 혜화초등 동창이

힘이 세어서 다시 복원했다는 주민의 설명을 들었다. (인연의 나선곡선에서)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도 이젠 환갑이 다 넘었다.

 

 

그 당시엔 중학교는6년제로 일단 명문 중학교에 들어 가면 1류 대에 들어 가는 것은 떼논 당상이었다.   예를 들자면 당시의 어느 명문중의 졸업생 4~5백명 중에서 서울의 명문대인 S대학에 350명 이상을 합격시켰으니 그 명문중학교에 자식을 보내려는 열망이 얼마나 세었을 까는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에도 명문이 있었다.  덕수, 교동 수송 재동 혜화 등이 명문초등학교였다.   이런 명문초등학교에서 명문중학교에 수 백명씩 보내 그야 말로 명문중을 싹쓸이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무엇을 하던 열심히 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가정교사도 아주 열심히 했다.  내가 일일이 가르칠 내용을 준비하고 시험 전날이면 모의 문제를 내가 만들어 아이들에게 풀 게 하는 등 열심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잘 나타났다.  5학년 때 10 등에서 20등 하던 아이들이 내게 와서 배우고는 성적이 올라 반에서  1등 2등을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시험 전날 만들어 준비 시킨 문제들이 다음날 시험의 80% 나 출제되곤 했던 것이다.    

 

그러니 성적이 올라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시체말로 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쪽집게 과외선생이 되었던 것이다.    나중에 명륜동에서 과외선생을 하던 어떤 대학 친구가 "너 'A급 과정교사'로 혜화동 명륜동 일대에선 소문 났더라" 고 전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이"강남엄마"들은 나에게 과외비 말고도 당시로는 최고 선물인 양담배를 한 보루 두 보루씩 선물을 했다.  당시엔 담배의 해악을 잘 모를 때라 흔히 남자는 술 담배를 좀 해야 남자지 하는 생각이 팽배할 때였다.  이때 나는 이 "강남엄마"들 때문에 악습을 배웠다.  

 

내가 즐겨 피던 양담배는"필립모리스"와 "체스터필드"였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일년간 근 복무를 하고(당시엔 유학귀휴란 제도가 있어 문교부 유학시험에 합격하면 1년간 군복무를 마치면 귀휴조치를 시켜 주었다.) 유학  준비를 하는데 어느 "강남엄마"가 찾아 왔다.

 

이번에 자기 딸이 초등학교6학년에 올라가는데 유학을 일년만 늦추고 자기 아이를 가르쳐 줄 수 없느냐는 터무니 없는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몇 년전 서울에 방문했던 일본 명문대에서 교수하시던 선배교수에게 내가 한 말이 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탐욕에 바탕을 둔 시스템인데 탐욕이란 인간의 본성이다.  맑스는 인간의 본성을 잘못 읽었다.  그 교수는 한 때 좌경 사상을 가진 분이었다.  공산주의는 이미 끝났을 때였기 때문에  맑스를 비판하려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 말은 강남엄마 현상에도 적용 될 수 있을 것 같다.

 

"강남엄마"현상은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탐욕에 바탕을 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나왔던 사회주의도 망했으니 당분간은 기다려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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