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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과 한(恨) 본문
서강대 총장을 지내신 박홍신부님이 어느 피정강론에서 한(恨)은 정(情)의 뒷면이라고 했습니다. 정이 배반당하면 한이 맺힌다는 거지요. 우리민족은 정이 너무 많아 한 또한 그 골이 깊다고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가 더욱 그렇답니다.
아내의 친구중에 딸만 셋 둔 이가 있습니다. 딸을 낳는 것이 여자만의 "죄"가 아니련만 몽매한 인습으로 그녀는 시가에서 말할 수 없는 구박과 모욕을 당했답니다. 세번째 딸을 낳은 후 그녀는 시부모가 아들에게 이혼을 종용하는 것을 엿들었답니다. 심약한 남편은 단호히 맞서지 못하고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 모습에 그녀는 말할 수 없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답니다. 이혼은 면했지만 그녀의 가슴에 맺힌 한은 이루 말 할 수 없었겠지요.
그녀는 이를 악물고 돈을 모았답니다. 그리고 재산을 불려 나갔답니다. 딸 셋을 모두 잘 키워서 한국에서는 최고의 신랑감을 골라서 셋 모두 출가를 시켰답니다. 그런 후에도 그녀의 한은 풀리지 않았답니다. 그녀는 죽어서 자신의 관을 덮을 명정(이름을 쓰는 붉은 비단 천)에 "恨" 한 글자만 쓰고 가겠다고 했답니다. 그녀 자신도 몽매한 인습의 틀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아들 낳아 보지 못한 한을 평생 품고 살았던 겁니다.
대품반야는 봄날의 물,
죄장(罪障)의 얼음이 풀리고 나면
만법공적(萬法空寂)의 물결이 일고
진여(眞如)의 언덕으로 몰리어 간다.
(반야의 큰 지혜는 봄날의 물과 같아
죄와 한의 얼음이 녹아 내려면
기쁨도 슬픔도 없는 공의 세계가 일고
그넘어 깨우침의 피안으로 간다. )
이승에서 맺힌 한이 있으면 이승에서 그 업장을 녹이고 가소서.
보리 두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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