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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잡문

오 대한민국

샛솔 2005. 11. 16. 23:35

오 대한민국


1968년도 다 저물어 가던 어느날 나는 씨애틀의 한 할인 매장에서 50 cent 짜리 made in Korea 라는 라벨이 붙은 싸구려 와이셧쓰를 본 일이 있습니다.  참으로 조잡해 보였습니다.  아무리 물가가 쌀 때이라 해도 50전 짜리 와이셧쓰라니 말입니다.  LP 판 한장이 4~5불 할 때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콧등이 시큰하더니 눈물이 나왔습니다.  고국을 떠나온지 1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떠나 올 때 한국은 참으로 가난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리움과 서글픔이 북바쳐 펑펑 울었습니다.  우는것이  부끄러워 뒤켠 주차장에 나와 남이 보지 못하는 구석에 돌아서서 울었습니다.  그것이 미국에 와서 처음 본  한국제 수입품이 었습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평화시장의 봉제 공장에서 하루 14시간  피땀 흘려 만들어 낸 제품이었겠지요.  내누이동생,  내누나,  내어머니의 피땀의 결정체였겠지요.  그래서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댔는지 모릅니다.    귀국한 이듬해이인 1971년이던가  수출 1억불 달성을 기념하는 불꽃놀이가 여의도 광장에서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줌마와 할머니가 된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번주 아세아판 타임지에는장동건씨가 커버에 올랐습니다.  Reinventing Korea 라는 Title과 함께 "From movies to music to groundbreaking science, the nation is riding a new wave of creativity" 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습니다.

저는 신문은 구독도 하지 않지만 TV 뉴스도 될 수 있으면 피하는편입니다.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쌈박질,  권력자들의 부패,  재벌들의 탐욕에 얼룩진 추잡한 비리들이 뉴스의 첫머리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 타임지의 기사는 참으로 신선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추잡한 한국사람들이 있는 반면 예술과 과학에서 창조적인 작업을 하면서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해 주는 더 많은 한국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와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기사는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제조업에서 지식산업으로 옮겨가는 분수령에 서 있다고 말입니다.  지식산업의 핵심은 예술과 과학입니다.   영화(장동건),  티비드라마(겨울연가와 대장금),  대중음악 (비와 보아), 스포츠(박지성), 과학(황우석교수와 World Stem Cell Hub), 오마이뉴스(오연호), NCSoft의 Lineage등이 바로 타임지가 거론한 지식산업의 신제품들이었습니다.  


이번 APEC 총회가 끝나는 날 해운대에서 APEC 정상이 사진 촬영을 위해 입을 한국 의상은  두루마기랍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반세기가 흘러간 지금 그 옛날  후진성과 빈곤의  상징이었던 꾀죄죄한 촌노의 두루마기는  이젠 세계정상이 입는  패션드레쓰로  변신하게 된 것입니다. 

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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