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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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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의 미래

샛솔 2011. 1. 14. 15:11

종이책의 미래


평생을 배우고 가르치며 살았기 때문에 난 책을 유달리 많이 사고 버리곤 했다.   산 책들을 모두 버리지 않고 두었더라면 아마도 책에 파 묻혀 헤어 나지 못했을 것이다. 


625 전후만 하더라도 책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니었다.   대학에 다닐 때 우린 주로 일본 책을 교과서로 써서 배웠다.   내가 물리학의 길로 들어 서게 된 것도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읽은 < 혼따 코타로>교수가 쓴 부츠리가꾸 츠론(물리학 통론)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책들은 모두 청계천 헌 책방을 뒤지며 찾아 낸 것들이다.   대학 3학년인가 되면서 미국 교과서들이 들어 오기 시작했고 외국 유학을 갔다 오신 교수들이 영서(당시는 원서라고 불렀다)를 교과서로 추천하기 시작했다.   


일서에서 원서로 책이 바뀌었다.    그래서 미국 대학원 교재들을 사서 읽고 문제를 풀고 해서 미국 일류대학 대학원에 가서도 공부하는 데에 지장이 없었던 것이다.   


아내나 나나 책을 좋아 하기 때문에 물리 책 뿐 아니라 온갖 책들을 사서 읽었다.  그 중에는 기술 서적 같은 것은 읽지 않고 버리 것도 꽤 있을 것이다.   아내 코니가 주로 사는 책은  best seller non-fiction 들이고 읽고 싶어 사기 때문 다 읽고 버렸다.   


대대적으로 책을 처분한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짓기 위해 작은 아파트로 잠시 이사할 때와 정년퇴직하면서 연구실에 있던 책을 기증하거나 버릴 때였고 작년 5월 달에 이 집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세간들을 이삿짐 센터에 맡길 때 였다.


그 밖에도 1~2년에 한 번씩은 책장이 모자라 책 꽂이 선반 서너개분은 골라서 버렸다.  


난 쓸 데 없는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았 던 같다. 


그런데 거기엔 옛 은사의 <츤도쿠(積讀)> 이야기의 영향도 크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일본사람들이 지은 이 낱말은 책을 사서 읽지 않고 쌓아 두기만 하는 사람들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그 은사는 이 츤도쿠를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다.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읽으려는 생각으로 사서 쌓아 둔다는 것이다.


물리의 경우엔 츤도쿠가  되는 것은 수준이 높은 책은 당장 읽을 실력이 되지 않아서 좀 더  공부를 한 다음에 읽으려다 츤도쿠로 마치게 된다.  때를 기다리다 보면 더 좋은 참고서나 교과서가 나오고 결국 읽지 않은 채 쌓아 두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고급 수준의 책들이 학생들에게 많이 팔리고 그러니까 그런 책들을 교수들이 많이 쓰고  또 많이 팔리기 때문에 학생들은 싼 값에 사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츤도쿠는 이런 선순환의 역할을 했다고 하신 것이다. 


원서의 경우엔 수준이 높은 책일 수록 책 값이 비싸다.   수준이 높아질 수록 독자층이 얇아지고 따라서 책 값이 올라 간다.  요지음은 잘 모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서는 원서와 비슷한 수준의 전문서적도 책 값은 일반 책과 비슷했었다.  미국학생들은 츤도쿠는 고사하고 교과서로 쓴 책을 다시 책방에 내어다 판다.   그래서 전년도와 같은 교과서라면 대학 서점에는 1,2년 쓴 교과서가 싼 값에 널려 있었다.   


그런 이유로 많이 팔릴 것 같은 교과서도 값이 비싸지고  저자들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개정판을 자주 내곤 한다.  그러니까 헌책과 새책과는 값이 많이 차이가 난다.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1년 쓴 교과서를 내다 파는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차피 다시 참고서로 쓰지 않는 한 놓아 둘 곳도 없고 또 옮겨 다닐 때 짐만 되는 무거운 책을 간수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젠 세상이 바뀌고 있다.   교과서들이 eBook 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가벼운 tablet 에 eBook 으로 넣고 다니게 된 것이다. 




커버까지 씨운 iPad  0.87 Kg이 조금 못된다. 




대학 1학년의 물리교과서로서 가장 많이 쓰이는 책

Hallyday N Resnick

작은 저울의 최고값 2Kg 을 넘어 체중계로 재어 보니

2.8 Kg이다.

Kindle 에 담으면 무게가 전혀 늘지 않는다.

Kindle 에 개정판을 eBook 으로 예약 주문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얼마전 Time 지에 iPad 와 맞장을 뜨는 한 작은 회사를 소개했다.  iPad 크기의 College Textbook Reader 기를 개발 곧 시판에 들어 갈 것이란 이야기었다.

 Kno 라는 이름의 tablet 인데 두면의 스크린을 가진 대학 교과서 전용이란다.




Kno 라는 대학 교과서 리더기

iPad 와 달리 stylus 펜으로 Note 도 적을 수 있단다.


대학 교과서 뿐만 아니라 이젠 많은 책들이 전자책으로 출판되고 사서 읽을 수 있다.   종이 신문이 사라지듯 종이책도 머지 않아 사라질 날이 올 것 갈다.  



iPad 용 eBook Reader 어플들이 제법 있다.

iPad 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iBook,

우리가 애용하는 Amazon 의 Kindle,

범용 eBook Reader 기 Stanza,

어린이 그림책 Reader 기  그림동화

Interpark 에서 내어 놓은 biscuitHD 가 있다.

인터파크 무료 어플, 비스켓HD는  종이책 파는 목적이 더 큰 것 같아 

깔았다가 삭제해 버렸다.

일본 iBunkoHD 는 300여권의 무료 eBook 을 제공한다. 

 그 중에는 대학 시절에 읽었던 명저들이 있어

향수를 자아 내는 책들이 있어 좋다. 




iBunkoHD 에 있는 무료 eBook 에

내가 사춘기에 읽었던 <사랑과 인식의 출발>의 일어 원서가 있었다.





1학년 용 물리교과서 Halliday Resnick 은 없었으나 

내가 40년 가까이 대학에서 가르쳤던 통계역학 책 하나가 있었다.

강의할것도 아니고 종이책도 있지만 아이패드에서 어떻게 나오는가 궁금해서

$40 가까이 주고 다운 받았다.

읽지도 않을 책을 다운 받았으니

이런 경우엔 <다운독(讀)>이라 해야 하나?




그리고 수식과 그림들은 오려 붙였다. 

따라서 Text 와 함께 늘어 나지 않아도 그림 파일로 따라 불러 늘릴 수 있다.

단지 그림 파일이라 늘어 나면 해상도가 떨어 진다.

수식이 있는 교과서는 Kindle 보단 PDF 리더기가 나을 것 같다. 



Stanza에도 무료 일어책이 몇권이 있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시세이>라는 단편 하나를 다운 받아 봤다. 한글 책도 하나 있다고 해서 들어 가 보니 외국인이 자작한 한영 사전이었다.  Stanza의 무료 책들은 저작권이 소멸된 옛 책들을 Volunteer 들이 PDF 나 ePub 파일로 바꿔서 올리는 것인데 한글 책은 그런 것이 아직 없다.  




Stanza 에 올라 온 일어책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시세이(문신)>은 <다나카 카오루>라는 이가 제작해서 올린 것이다. 

오래된 책일 수록 일본 한자의 읽기는 일본사람들도 어려워하는데 하나 하나 가나로 토를 달아 일어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수집한 자료들과 다운 받은 eBook 들을 보니 종이책이 사라질 날도 생각보단 더 빨리 오지 않을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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