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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에 대한 단상 - 568 돌 한글날에 붙이는 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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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에 대한 단상 - 568 돌 한글날에 붙이는 글

샛솔 2014. 10. 8. 16:34

말과 글에 대한 단상  - 568 돌 한글날에 붙이는 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배운 언어가 일본어이기 때문에 내 제 1언어는 모국어가 아니다.

 

해방이 되기 전에 일본에서 귀국하여 익힌 우리말이 모국어가 되었다.    다문화, 다언어 시대에 사는 지금 그 구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찌 되었던 난 우리말을 가장 잘 알고 잘 읽고 가장 잘 쓰고 가장 좋아한다.    그래도 일본에 가서 유창하지 못한 일본말을 해도 어떤 때는 날 보고 "자이니찌(재일교포)" 냐고 묻는 일본 사람을 보면 내 일어 발음이 한국사람 특유의 억양이나 잘못이 없는 것 같다.       언젠가 쓴 일이 있지만 일본사람이 우리말을 하면 잘 못하는 발음이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이 잘 못하는 일본어 발음이 있다.  일본말이 아무리 유창해도 그걸 못하면 결국 한국어가 제1언어였다는 것을 들키게 된다.    ( 2009/12/26 - [일상, 단상] - 일어 한글 표기법 )


 

내가 귀국해서 처음 학교를 다닌 곳은 경기도 양주다.   양주국민학교에 전학왔다.    일제 강점기라 학교에서는 일어만 쓰도록 강제되었기 때문에 내 언어의 과도기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방과후에 우리말이 서툰것에 놀림을 받았어도 학교에서는 일본말을 잘하니까 선생님들에게는 칭찬을 받았었다.  

 

10 번째 생일이 되기 몇달 전에 해방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말을 익힌 것은 충분히 어린 나이 때 였다.   그래서  내 한국어에서는 일본어가 제1언어였다는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난 오히려 우리말을 가장 잘 익힌 지방이 해방 이듬해 내려가 살었던 대전이라 음성언어어학의 대가인 내 동료교수의 내 발음의 분석을 해 주는 것을 보면 내 말엔 충청도 말씨 억양이나 발음이 남아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날 보고 완전한 표준어를  쓴다고 생각할 것이다. 

 

10 살 안팍까지 일어를 썼으니까 다시 되 살리면 그 정도의 일어는 살아 나지만 그 보다 더 고급 일어는 서툴다.   그 이후 일어는 말 보다는 글만 읽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어의 소리말은 배우지 못했다.    일본책은 많이 읽었지만 일본한자말의 일본어 발음은 익히지 못했다.    그냥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어 버렸기 때문에 뜻은 알아 차렸어도 일본말로 발음하는 것은 최근에서야 방송이나 영화를 보면서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내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다 읽었지만 가나(한자말의 발음토씨)가 붙지 않은 한자는 모두 우리말 발음으로 읽었던 것 같다.  비록 소리내서 읽지 않았어도 속으로는 소리를 시늉냈을 것이다. 

 

지금도 일어 영화나 방송을 보면 듣는 능력은 영어보다 낫다고 느낀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말이 우리 땅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여학생들이 일어 쓰기를 좋아했는데 전차안 같은 곳에서 저희끼리 일어로 떠들어 대는 것을 많이 보고 들었다.     아마도 저희끼리의 이야기를 남이 못듣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일어를 한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나 느낀다.  한 때 이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 결국 언제 부터인가 사그러졌다.  

 

이승만 정권때 특히 반일교육이 세었고 왜색문화 퇴출이라는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따지고 보면 당시의 기득권은 대부분 친일 부역한 사람들이었는데 자신들의 친일행각을 감추기 위해서 더 반일운동에 앞장 서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지 568해가 지났지만 세종대왕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글은 천대받았다.   모든 관청의 공식표기 문자는 한자였고 한글은 언문이라 부르며 아낙네들이나 하층계급에서만 쓰는 문자로 취급받았다.     양반계급의 교육도 모두 한자와 한자책이었고 저명한 저술은 모두 한문으로 출판되었다.    그련 이유로 우리말은 한자말에 너무 많이 오염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의 한국말의 일어 오염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몇 천간의 한자어 오염이 더 심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 때문에 한자를 더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가시지 않고 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강화하는 교과과정을 실시하려는 움직임과 그에  반대하는 여론이 맞서고 있다고 한다.    한심한것은 지난 수십년간 한자 교육강화를 주장해 온 사람들의 논리가 전혀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자꾸 바뀌고 있는데 똑 같은 이유를 내세워 한자를 더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내가 우연히 20년전에 "Discover"  라는 영문 과학잡지에 한글이 세계최고의 표음문자이고 가장 과학적인 글자라는 글을 읽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는데 종이가 낡아 사라질 것 같아 오늘 여기에 스캔해 올렸다.

 

이 글을 쓴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생리학에서 출발해서 진화생물학, 지리학등 과학전반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과학자다.      한글에 대해서 어찌 그리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이 기사의 말미에 이런 훌륭한 문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그 훌륭한 글자를 보급하는데 거의 실패했고 남한 문자생활은 여전히 엉망(mess) 이라고 비웃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세종대왕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진 북한의 독재자 김일성 주석 덕분에 북한은 일찍이 이 훌륭한 표음문자로 문자생활의 표준으로 삼아 문자 개혁에 성공했다고  "칭찬" 하고 있다.  

 

 

 

 

 

 

 

Didscover  1994년 6월호에 실린

<Writing Right> 이란 글에서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극찬한  한글
 
세종대왕이 만든 28개의 글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표음문자(the world's best alphabet)이고

가장 과학적인 표기법(most scientific system of writing)이다.

 
 

 

 

세종대왕 같은 훌륭한 문자 개혁가가 있다고 너무 좋아 하지 말라.
 
한글의 그 이후의 운명을 보라.
 
왕이 직접 만든 글자인데도

왕 자신이 한자 중독에 찌든 꼴통 신하들을 설득하는데에 실패했다.
 
그 전통을 이어 받은 남한은 현재에도 그 문자생활이 엉망이다.(mess)
 
오직 세종대왕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진 독재자 김일성 주석만이 
 
이 훌륭한 한글을 북한의 문자 표기시스템의 표준으로

채택할 수가 있었을 뿐이다.

  

  

 

 

다이아몬드교수가 남한의 문자표준이 엉망(mess) 라고 꼬집은

1994년대 한국 신문의 면모.

아이로닉하게도 이 기사가 나온 1994년은  "세종대왕보다 위대한 개혁을 이룩한 김일성주석" 이 사망한 해 였다.

중앙일보의 무산(霧散) 같은 한자는 지금 누리꾼중 몇이 읽을 수 있을까?

 

 

 

 

세종대왕도 못했던 문자 개혁에 성공한 북한의 신문들

 

 

 

-----------Discover 지 1994년 6월 호 중에서  <Writing Right>-----------

 

 

아래의 그림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잡지에서 스캔한 것이지만

다이아몬드 교수의 글중에서  텍스트만은 아래의 웹에 존재한다.

http://discovermagazine.com/1994/jun/writingright384

 

 

 

 

 

 

1994 년 6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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