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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인연의 빨간 실 – 첫 데이트 60주년 본문
월하노인의 전설, 인연의 빨간 실 – 첫 데이트 60주년
부부의 연은 어떤 연 보다 질기고 길고 막중하다. 대부분의 부부는 자식을 낳고 키우고 그래서 부모 자식의 인연을 만들고 그들이 결혼하여 자식을 낳으면 또 그 연은 이어지고 그들이 또 짝들을 만나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면 계속 인연은 이어진다.
우리 부부가 “너는 우리 비타민이야”하고 귀여워하는 손자도 따지고 보면 우리 부부의 만남의 산물이다.
부부의 인연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다고 한다. 중국에서 연유한 빨간 실의 설화는 짝이 되는 남녀에게는 태어날 때 빨간 실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내 환원주의 세계관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Causality(인과율) 라는 물리학에서 잘 쓰는 용어는 자연현상에서 일어 나는 현상은 인과율에 벗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초자연현상을 믿는 사람들이 많기는 많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 수록 처음에는 초자연현상이라 믿었던 현상들이 다 과학의 영역인 자연현상으로 들어왔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causality에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떻던 causality 와 환원주의 세계관을 갖고 있는 나에겐 빨간 실의 설화는 단지 설화가 아니라 진실이다.
우리 부부 둘은 1년 1개월 24일 간격으로 태어났고 태어나는 순간 우리 둘은 부부의 인연으로 맺어진 것이다. 다만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달 뿐이다.
캐오스 이론이 밝혀지고 제임스 글리크의 책 Chaos가 세상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부분의 세상사는 긴 시간으로 보면 모두 Chaotic System이고 이 시스템의 미래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하다는 것(inherently unknowable)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인과율은 성립하되 미래는 본질적으로 알 수 없다는(inherently unknowable) 것이다.
이 두 남녀는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만났고 둘은 1961년 4월 1일 첫 데이트를 한다. 내 데이트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리고 실제로 둘이 함께 영화를 봤다는 것은 내 고백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시체 말로 하면 그저께인 2021년 4월 1일은 우리의 "데이 60년"이다.
재작년에도 우린 데이 58년 기념라이딩을 했다. 그래서 그저께도 데이 60년 기념라이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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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April Fool's Day 라 기억하고 있다.
코니를 만난 것은 그 전년 1960년이 저믈어 가던 12월 말이었다. University of Washington의 Winter Quarter 가 시작되자 캠퍼스에서 자주 만났지만 첫 데이트를 신청하고 함께 영화를 본 날은 1961년 4월 1일이었다. 아마도 Spring Quarter 가 시작하기 전 며칠간의 휴가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날 본 영화는 새로 개봉한 "The World of Susie Wong" 이었다. William Holden (Stalag 17 - "제17 포로수용소"에서 명연기를 펼쳤던)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였다.
그때 코니는 Mrs. States라는 혼자 살고 있는 이혼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주말에 이 중노 부인은 Cameno island의 별장에서 지내기 때문에 우리가 데이트 한 날은 아마도 주말이 었던지 코니가 사는 아파트에 나를 데려갔다.
아이스크림을 대접하겠다고였는데 아이스크림을 퍼 주고 숟가락을 주지 않았다. "숟가락은요?" 하고 내가 한 말에 무척 당황해 하던 모습을 5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후 우린 파멸적 열애에 빠졌고 내 Spring Qauarter 의 중간시험은 엉망이었다.
2007/06/27 - [일상, 단상/사랑, 운명, 인연] - 운명의 인연
첫 데이트 후 두달하고 16일 되던 1961 년 6월 16 일에 우린 결혼했다.
첫 데이트후 그 2 달 반은 악몽이었다.
출처: https://boris-satsol.tistory.com/1415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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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이켜 보면 우리의 인연은 너무 운명적이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내가 아내를 만나기 전에 아내와 너무 가까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1960년 8월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나는 서울 혜화동 두 째 누님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는 내가 살 던 곳에서 직선거리로는 불과 35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아내가 고3 근방일 때 그리고 내가 문리대 물리학과에 입학했을 때 쯤 아내는 내가 사는 곳에서 불과 35m 떨어진 곳으로 이사 왔고 내가 1960년 8월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까지 거기에 살다가 아내도 그 해 12 월경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애틀로 따라왔다.
당시의 세류는 청소년의 남녀가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직도 결혼은 중매위주였고 중매쟁이 매파는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연결해 주었고 연애나 자유 만남 같은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내와 나는 연결고리는 있었다.
혜화동누님집에서 가까운 곳에 625 전쟁 때 일본으로 돌아간 둘째 누님의 일본인 동서의 집이 있었다. 집을 비우고 전쟁 때 가족을 모두 동반 일본으로 갔기 때문 그 집은 비었었고 두 째 누님이 관리하고 있었다.
거기에 내 재당질녀(7촌조카)가 안양 친가의 동네에 사는 같은 학교 반우를 데리고 그 빈집에서 자취를 했다. 나도 빈 집이기 때문에 자주 가서 그 집에 있는 영문 타자기를 연습하곤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지만 그 두 여학생이 아내와 한 반이었던 것이다. 아내는 "후라빠"라 불릴 만큼 끼가 있는 여학생이었던 반면 내 당질녀는 전교 1등을 하는 모범생이었다. 서울대학교 의대를 수석 합격할 만 큼 공부를 잘했다. 그런데 함께 자취했던 여학생은 내겐 별로로밖에 안 보였다. 공부는 잘해서 서울대 사대에 들어갔지만 내 관심밖이었다.
그러니 아내가 내 운명의 짝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를 연결시켜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내 당질녀는 한 때 초딩인 내 처제(7살 터울) 가정교사 노릇도 조금 했다고 했다. 아내의 집에도 들락거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사실 사춘기인 나도 이성에 대한 갈구를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간 다음 그런 생각을 한 일이 있다. "내 짝은 어디에 있을까?" 20살 안팎의 나이니 이성에 대한 욕구가 솟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가 20살 연하와 결혼할 확률은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 "내 짝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텐데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알았다면 연애라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불과 35m 거리밖에 안 되는 곳에 살고 있었고 또 자주 보는 내 재당질녀와 동급생이었다니.... 뭔가 조금 아쉽달까 억울하달까 하는생각이 든다.
내 재당질녀는 서울의대 수석 합격할 만큼 공부를 잘했으니 아내는 노트도 빌려 공부도 했다고 한다. 아내도 E 대에서는 커트라인이 제일 높은 영문과에 합격했으니 공부도 못한 편은 아니다. 그 정도로 친했는데....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내 미래의 짝을 그리워했는데 6년 후에 이역 만리에서 만나 열애에 빠져 첫 데이트 후 두 달 반 만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러 이제 diamond anniversary(결혼 60주년)를 두 달 반 남기고 있다.
언젠가 몸이 아파 우울했던 날 부질없는 망상을 하고 여기에 글을 쓴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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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 듣고 좋아했던 노래가 바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였다. 세레나데는 애인을 위해 부르는 노래다. 그런데 왜 그 노래는 애조를 띄웠는가? 슈베르트의 가곡은 하나같이 슬프다.
youtube.com/watch?v=Cw23vYfkOZ0
그런데 유독 이 노래가 더 슬피 들리는 것은 어쩌면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떠내 버린 내 청춘이 회한이 되어 그리 들리는지 모른다.
그때 아내는 내가 살던 혜화동 누님 집에서 불과 30~40 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이제 52 년째 해로하고 있는 고딩이었던 그녀를 위해 그 세레나데를 내가 부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망상을 해 본다.
2007/06/27 - [사랑, 운명, 인연] - 운명의 인연
난 그녀의 집 창가를 수없이 지나다녔는데 내가 이 노래를 불러 그녀를 불러 낼 수는 없었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본다. ( 2007/07/02 - [사랑, 운명, 인연] - 인연의 나선 궤적을 따라서 )
출처: https://boris-satsol.tistory.com/search/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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