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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원(恩怨)의 그 너머> - 야바케이 자전거길 본문
<은원(恩怨)의 그 너머> - 야바케이 자전거길
대품반야는 봄날의 물,
죄장(罪障)의 얼음이 풀리고 나면
만법공적(萬法空寂)의 물결이 일고
진여(眞如)의 언덕으로 몰리어 간다.
(반야의 큰 지혜는 봄날의 물과 같아
죄와 한의 얼음이 녹아 내려면
기쁨도 슬픔도 없는 공의 세계가 일고
그넘어 깨우침의 피안으로 간다. )
송원 스님이 지은 < 알기 쉬운 반야심경 -( 상아 출판)>에 실려 있는 선시 한 귀절이다.
큐슈에 와서 첫 Brompton 잔타 나들이였다.
벳부 스기노이 온천 호텔에서 머므는 마지막 날(2월24일)이다. 날이 좋았다. 전날 부터 개였으나 전날은 전전날 온 비로 땅에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남아 있었지만 그날은 땅도 거의 다 말라 있었다.
벳부여행계획에서 이미 가 본(사이버 공간에서) 야바케이 자전거길을 달렸다. 소문 대로 경치가 좋은 길이었다. 가을에 단풍이 들 때 달린다면 이 자전거길의 닉네임인 Maple Line 에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산속으로 난 야바계곡 옆으로 난 폐철로를 이용해서 만든 자전거길이다.
야바케이 자전거 터미널은 이 자전거길 한 가운데에 있다는 이야기를 벳부여행계획에서 이미 했다. 그래서 여가까지 차를 몰고 와서 여기서 강 상류로 갈 것인가 하류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다.
벳부에서 직선 거리도 얼마 되지 않고 실제 도로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길이 산 길이라 꼬불꼬불한 길을 돌아 가니 시간이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
도착하니 터미널은 텅 빈 듯하다 안에 들어 가니 관리인인 중년부인만 있었다. 화장실좀 쓰겠다니까 신을 잘 닦고 올라가 사용하라고 한다.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자전거길 상류와 하류 중에 어느 편이 경치가 더 좋으냐니까 머믓머믓한다. 아마도 난처한가 보다. 우린 상류가 더 좋을 것 같았는데 하류를 지목한다. 아오노 도오몬(푸른 동문)을 가 보란 뜻에서 였는 것 같다. 거기 가면 먹을 것이 있겠냐니까 식당이 있다고 한다.
경치가 좋은 자전거길이었다. 단 관광시즌이 아니라서인지 연 식당도 많지 않았고 연 식당도 채식이나 생선만 먹는 우리에게 맞는 메뉴를 찾는데 한 참 걸렸다.
점심을 먹고 아오노 도오몬을 가 봤다. 아오노 도오몬은 사이버여행시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무슨 관광 포인트인가 몰랐다.
이 바위에 뚫은 굴은 일본의 대 작가 키쿠치 칸(菊池寛 1888- 1948)의 소설때문에 유명해 진 것이다. 그는 1919년에 <은수의 너머에(恩讐の彼方に(おんしゅうの かなたに))> 란 단편을 발표했는데 그 소설의 배경이 이 <아오노 도오몬>이다.
이야기의 줄기는 주인공 이치쿠로가 주인의 애첩과 눈이 맞아 주인을 죽이고 애첩을 데리고 도망을 친다. 애인과 함께 숨어 살면서 찻집을 하면서 살지만 뒤로는 살인강도질을 한다. 그러나 3년후 자신의 죄업에 크게 뉘우쳐 출가를 하게 되고 선승이 되어 고행으로 야바케의 험준한 졀벽을 손으로 징을 쪼아 굴을 뚫어 길을 낸다.
고행 20여년만에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찾아 온 옛 주인의 아들에게 1년 반만 시간을 달라고 빈다.
동굴이 완성되면 "네 손에 죽어 주겠다" 고 약속을 하면서. 옛주인의 아들은 원수를 갚을 날을 당기기위해 자신도 동굴을 파는 일에 참여 하고 마침내 동굴은 완성된다. 선승은 약속을 지키겠다면 그에게 목을 내 주며 내리치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그 험난한 일을 함께한 옛 주인의 아들역시 스스로 또한 선승이 되어 있었다.... 둘은 끼어 안고 통곡을 한다는 이야기다.
글 첫머리에 실린 반야의 지혜를 잘 나타낸 소설이다.
죄업의 얼음이 풀리고 나면 거기엔 은인도 원수도 없고 오직 만법 공적의 여여한 깨달음의 피안이 있을 뿐.
난 이 소설을 옛날에 읽은 일이 있다. 감동적인 소설이었다는 생각만 나지 이 야기가 야바케이의 아오노 도오몬의 배경이란 것은 전혀 몰랐다. 아오노 도오몬 키쿠치칸의 <은수의 너머에>의 배경이란 것을 여기 와서야 알았다. 그래서 야바케이 자전거 터미널 아주머니가 여기를 추천해 준 것 아닌가 생각되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이 동굴을 판 선승 젠카이(禪海)가 모델이 되었을 뿐이며 순수히 혼자 손으로만 판 것이라 아니라 여러 영주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석공을 고용해서 팠으며 출가전에 살인을 했다는 것은 키쿠치 칸의 픽션이라고 한다.
야바케이 자전거길
벳부에서 멀지는 않지만 한 참 돌아 가야 한다.
이 잔차길은 <단풍 길>이란 별칭이 있다.
가을에 자전거로 단풍 구경을 하러 와라고 한다.
Maple Line 답게 단풍 잎새가 그려져 있다.
야바케이길에 철로 깔렸을 때
(1924-1971)
철로 대신 자전거길이 놓였다.
사진에 자주 나오는 야바케이 자전거길
간간히 이런 강과 나란히 달린다.
기차가 다녔던 터널도 그대로
또 이런 농촌도 지나 간다.
절벽 옆을 지나기도 한다.
야바케이의 시구 하나가 적힌 자연석 시비
마침내 찾아 낸 먹을 만한 메뉴
가장 흔한 덴동 세트
멀리 절벽 밑에 아오노 도오몬이 보인다.
선승이 팠다는 동굴 입구
동굴 아래에서 올려다 본
절벽
이 동굴이 없을 때에는 여기에 설치된 잔교를 지나다 잔교가 주저 앉아 말과 사람이 빠져 죽곤 했다한다.
선승 <젠카이>는 이 것을 불쌍히 여겨 24년의 세월을 들여 이 동굴을 팠다한다.
1724년에 발원하여 1746년에 관통하였다고 한다.
동굴 안에는 선승이 돌을 쪼으면 길을 뚫던 장면을
이런 모형을 조각하여 보여 주고 있다.
선승의 보살행에 숙연해 진다.
동굴길에서 처음으로 뚫은 창 구멍
여기서 빛을 받아 굴을 파는 일을 이어 같다는 전설이다.
야바케이 자전거길 (돌아오는 길에서)
야바케이 자전거 터미널에 오려면 다시 강을 건넌다.
사이클링 터미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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