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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집관로 본문

잔차일기/서울 근교

차집관로

샛솔 2012. 7. 4. 10:49

차집관로

 

며칠전 과천 자전거 산책을 하고 오는 길에 서초구의 보금자리 아파트의 차집관로 공사현장을 지나오다  코니가 넘어져 다쳤다.    자전거 한대 정도 지나갈 공간을 남겨 놓고 공사를 하다가 자전거가 지나가기도 전에 포크레인이 움직이자 포크레인 몸통을 피하려다 자갈밭에 빠지면서 넘어져 무릎아리 정강이를 크게 깼다.  

 

나도 사실은 위험한 부분을 앞서 지나 왔는데 코니는 겁이 나서 피하려다 넘어진 것이다.

 

소위 안전원이라 자가 서서 자전거 통행을 콘트롤했는데 포크레인 기사와 교신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크레인 기사에게 스톱 스톱 소리를 지르는데도 기사가 이것을 듣지 못하거나 제멋대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기빨도 없고 확성기도 없이 육성으로 기사와 교신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일본에서도 자전거를 타다 보면 공사현장을 지날 때가 있다.      거기 안전요원은 손깃빨을 써서 수기신호를 한다.  소리는 육성이나 확성기라도 장비의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비의 운전석이 유리창으로 밀폐되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또 안전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놓고 공사를 한다.   라이더가 안전을 위협 받는경우는 젼혀 없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코니의 사고가 아니라 이 공사의 커다란 표지였다.  

 

<차집관로> 공사라는 것이다.     토목관계자는 다 아는 용어일지 모르지만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전문용어다.    이런 공사장에 커다랗게 써 붙여 놓는 안내 표지는 거기를 통행하는 일반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일반 통행인에게 불편을 끼쳐 미안하니까 양해를 구하게 위해 붙여 놓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사람이 알 수 없는 용어를 써 붙여 놓으니 무슨 뜻이 있겠는가?       이게 토목 공무원들의 멘탈리티다.      또 이 전문용어도 틀린 것이다.   용어 자체를 고쳐야 하는 것이다.  일제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유독 용어에 관심이 많은 것은 한국물리학회의 용어 심의 위원회를 6년간 맡으면서 물리학 용어를 한글화하는데 애쓴 일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용어중에 그 뿌리가 불명한 일제 잔재들이 너무 많다.

 

한국 물리학회 의 잡지 <물리학과 첨단기술> 에 기고 했던 내 글 "회절과 에돌이 -뿌리 잘린 용어,뿌리 찾은 용어에 그 보기 하나를 들었다.   

 

차집관로도 일제 용어다.  일본사람들이 만든 기술 용어를 한자를 매개로 우리말 음으로 한자를 발음하고 그리고 한자를 버린 용어다.     우리나라의 토목공학자가 지어낸 용어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통행인은 그 용어만 봐서는 무슨 공사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 안내로 표지를 돈 들여 만들어 놓고 의미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토목 기술자가 아닌 나는 <차집관>에 대해 한글 용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하급기술자일 수록 한글 용어가 있어도 쓰지 않고 헌 일재의 찌거기 냄새가 나는 이런 용어들을 쓴다.

 

88년 서울 올림픽때 서울대학교에 탁구장을 지어주기로 했다.  올림픽 탁구 경기를 치르고 나중에 실내 체욕관으로 쓰도로 해 준 것이다.    그 때 건설본부의 한 기술자가 교수들에게 브리핑을 한 일이 있었다.

 

그때 기술자가  <루베>라는 용어를 자주 썼다가 건축학과 교수에게 호되게 야단 맞은 일이 있다.   루베는 세제곱미터 (입방미터) 를  가르키는 일제 잔재 용어다.    일본 위키피디아오 보면 토목 건축분야에서 쓰는 용어로  입방미터를  한자로 줄여 立米 로 쓰고  (m3 、りゅうべい、りゅーべー) 류베로 읽는다고 나와 있다.

 

그러니 류베 또는 루베라는 말은 입방미터의 일제식 한자표기를 일본식으로 읽는데에 뿌리를 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터를 쌀미 (米) 자로 쓴 일도 없거니와 이것을 일본식 발음으로 읽는 일은 더더욱 없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 교수들 앞에서 공사내용을 브리핑한다는 토묵 건설기술자가 천연덕스레 류베라고 하니 그 얼마나 일제 기술 용어가 뿌리 깊이 내렸는가.    또 하급기술자일수록 뭔가 저의들만 통하는 은어 같은 용어를 써서 은근히 전문가연하며 으시대려는 의식도 깔려 있다.

 

사실 나도 <차집관로>라는 용어를 이 글을 쓸 때까지는 몰랐다.    말이나 글에 대해서 그래도 많이 아는 편인 내가 이 용어를 모른다면 서초구청 토목괸리가 애써 세금으로 이런 표지를 써서 붙인 목적이 의미없는 세금 낭비로 굴러 떨어진다.     

 

한자를 배운 세대인 나는 이 용어가 일제 잔재라는 것은 추측할 수 있었고 일본 용어를 그대로 한자로 쓰고 한글로 읽은 것이란 것은 직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토목기술자가 아닌 나에겐 <차>가 무슨 한자인지 알 수 없었다.  

 

한글 문헌에는 그런 용어가 나오지 않는다.   국어 사전에도 <차집>이란 올림말은 없다.      일본 인터넷 하수 처리 관계 문헌을 뒤져서 이 용어의 한자 표기를 알아 냈다.

 

遮集管路 다.  차단해서 모아 흘려 보내는 관이다.     막아서 모아서 흘려보내는관이란 뜻이다.

 

그래서 궁금증이 풀렸다.

 

그러나 이런 뿌리 없는 용어는 빨리 추방해야 한다.     일본 문헌에는 차집관의 영어번역을 intercepting channel 이라고 했다.   차라리 이렇게 써 놨다 해도 무슨 공사인지 이해하는 일반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이 수수꺾이를 푸는 과정에서 차잡관의 기능도 배웠다.   빗물과 하수를 구별해서 하수(오수(汚水) 이 말도 바꿔야 한다.)를 막아 차단하여 정화시설로 보내는 통로다.   아래 그림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차집관의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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