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시간이란 무엇인가? 본문

일상, 단상/잡문

시간이란 무엇인가?

샛솔 2006. 2. 27. 01:12

시간이란 무엇인가?

 

"1956년 3월 18일(일요일) 흐린 날씨에 오전중에는 비가 내렸다. .. 시계의 진자는 똑딱거리며 직관할 수 없는 시간을 인식시켜 주고 있다.  진자가 똑딱거려도 시간은 정말 흐르고 있는지? ..."

 

내가 대학생때 쓴 일기의 한 귀절이다.  시간은 오직 변화에 의해서만 인식된다.  불안과 설래임으로 점철되었던 젊은날은 가고 인생의 한 획을 긋고 나는 이제 은퇴한  노교수로 변해 있다. 이 변화에 의하여 근 반세기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옛날부터 시간은 모든 종교와 철학에서 다루어졌다. 

 

기독교의 신앙의 핵심은 영생이다. 사도신경의 마지막 신앙고백이 "..영원히 삶을 믿나이다." 이다.  유한한 삶의 덧없음에서 영원을 추구하고 있다. 

 

깨다름의 종교인 불교에서도 시간은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법성계에는 이런귀절이 있다.

.. 끝도 없는 무량겁이 한 생각의 찰라이고  찰라의 한 생각이 끝도 없는 겁이어라. .......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나는 50년대 군복무를 했다.  나는 새벽 보초근무를 자주 했는데 새벽 3시반에 단잠을 깨고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의 보초를 설 때가 자주 돌아 왔다. 이 근무처럼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10 분은 지났겠지하고 시계를 보면 불과 몇분도 지나지 않았고 이제 한 30분 남았겠지 하지만 시계는 정지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좋아 하는 기도문가운데 구약 시편 130 에 따온   "...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보다 내 영혼이 주님을 더 기다리나이다. ..."  라는 귀절이 있다. 

 

이 시편의 저자 역시 젊은날 2000여년도 더 되는 먼 옛날 이스라엘의 변방을 지키던 파수꾼었나 보다. 

 

이 파수꾼에게나  20세기에 보초를 섰던 나나 그리고 지금도 휴전선 근방에서 새벽을 기다리는 보초들에게는 시간은 한없이 느리게 흘렀고 또 느리게 흐를 것이다.

 

이처럼 시간은 상대적이다.  단 두시간의 보초 근무시간이 무량겁과 같고 지난 반세기 내 삶을 돌이켜 보면 한 찰라인양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은 무엇인가?

 

물리학에서도 시간은 끝없는 사색의 대상이었다.  시간은 연속적인가? 시간은 절대 스칼라인가? 시간을 무엇으로 잴 수 있는가?  시간의 가장 정확한 표준은 무엇인가?  등이다.  이 세상의 모든 물음과 같이 이 물리학의 물음 역시 닫겨진 것이 아니다. 

 

상대론과 양자론을 포함한 20세기의 현대 물리학이 나올 때까지 시간은 어떤 다른 물리량과도 무관한 절대 스칼라로 인식되었다.  그런 가정 아래에서 고전 물리학은 건설되었다. 즉 시간은 무한한 과거에서 무한한 미래를 향하여 연속적으로 거꾸로 되돌아가는 일 없이 한 방향으로 흘러 간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20세기에 와서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시간은 절대 스칼라가 아니라 시공(space-time)이 짜는 4 차원 공간의 한 세계벡타(world vector)의 4번째 성분으로 밝혀졌다. 3차원 공간에서 회전에 의하여 자리표 성분이 바뀌듯 시간 역시 이 4차원 공간에서 공간 성분과 함께 바뀌게 된다고 특수 상대성이론은 말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의 성질은 여러 물리학적 현상에서 증명되었으며 이제는 추호의 의심없이 믿게 되었다.  또 시간의 가역성(reversibility) 역시 심심치 않게 논의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양자화(quantization)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시간 역시 불연속적이고 가역적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한 시간의 새로운 성질은 우리가 사는 일상 생활에서는 아직은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1초에 지구를 일곱바퀴반을 돌만큼 빠르게 운동하지 않는다면 원자핵이나 그 보다 더 작은 알갱이를 들여다 보지 않는다면 또 허블 망원경으로도 간신히 보일만큼 먼 별들을 관찰하지 않는다면 이런 시간의 성질은 쉽사리 검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분간 시간은 우리의 다른 물리량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흐른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시간은 오직 변화를 통해서만 관찰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그래서 물리학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여러 현상들을 시간을 재는 방편으로 삼았다.

 

가장 오래된 시간의 측정방법은 지구를 포함한 천체의 운동에서 나왔다. 우리가 지금 쓰는 1초의 표준은 지구의 공전주기에서 나왔다.  즉 적도의 1년을 (봄에서 봄을)을 31,556,926초로 정의한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의 내장시계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시계는 수정진동자(quartz crystal oscillator)를 쓰고 있다.
 
1967 년 국제 도량형국 회의에서 시간의 표준을  동위원소 cesium-133 이 방출하는 빛의 진동수로 정의하였다.  이 원자시계는 6000년에 1 초내 오차의 정밀도를 갖는다 한다.

 

물리로 배우는 플래시 제 16 강좌  중에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