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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한줌의 재 - 그리고 망각(忘却)속으로 적멸(寂滅) 본문

일상, 단상/나의 가족, 가족사

한줌의 재 - 그리고 망각(忘却)속으로 적멸(寂滅)

샛솔 2014. 12. 1. 23:18

1969년 결혼한지 근 10년  되던 해 처음으로 장모님을 만났다.  1961년 미국에서 결혼하고 1969년 일시귀국하던 해 처음 만난 것이다.  아내가 가지고 있던 사진으로 얼굴은 모습을 보았지만 대면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지난 토요일(2014 11월 29일) 9시 반경 세상을 떴다.가족은 하나 없이 간병인 한 사람이 임종을 지켰다. 10시쯤 도착했을때는 아직도 손이 따뜻했다. 그 손이 마지막 작별이었다.


다음날 입관식에서는 얼굴만 열린 시신을  마지막으로 뵈었다. 얼굴을 만져 보니 어름장처럼 차가웠다.


이것이 주검이구나 새각하니 죽음이 새삼 가까이 내게 다가왔다.  목 디스크때문에 갑자기 쇄약해진 내 몸 때문인가 내게도 죽음이란 멀지않다는 느낌이었다,


오늘 장례식을 치렀다.8시 30분에 시작하는 영결미사에서는 영성체를 봉헌할때 부르는 성가 <주여 임하소서>가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Lowell Mason 이 만든  영어로는 <Nearer God to Thee>라는 노래다. 


그 성가를 불러 본지도  얼마나 되었던가!   


간단한 미사를 올리고는 곧바로 영구차로 청계산 자락에 있는 화장터(서울추모공원)로 모셨다.화장을 기다리는 시신들은 많았다.   한시간 남짓하여 시신운구라는 방송이 나오고 유족들은 관이 화로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 봤다.   화장은 1시간 반쯤 걸린다.  유족들은 유족실에  안내되어 들어가 기다렸다.   밖은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화장이끝나고  유골을 분쇄하기전에 유골을 유리창밖에서 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건 다만 형식이었다   확인 절차가 끝나니 유골을 가져가 분쇄기에  넣어 빠아가지고왔다.  한줌의 가루로  만들어 가지고 온 것이다.


이틀전 아침까지도 멀정하시던 어머니(장모님)가 한줌의 재만 남기고 우주에 흩어져 돌아 가신 것이다. 재는 종이에 싸여 나무 상자에 넣어 돌려 받았다.  그리고 장모님이 생전에 마련해 두셨던 배론 성지 조각공원 납골벽 가장 한 가운데 감춰졌다.  장례는 모두 끝난 것이다.

 

한 줌의 재를 남기고 98년 가까운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돌아 가셨다.   그리고 얼마 있다간 잊혀지고 흐려져 가는 기억속에 묻혀질 것이다.   삶이란 참으로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성체성사때 부르는 성가

주여 임하소서

장모님 영결 미사에서 오랜 만에 부른 성가

 

 

 

서울 추모공원의 조형물

 

 

 

초현대식 추모공원 시설

마치 공항로비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이륙하는 항공기편을 알려 주는 것 같다.

하긴 지구별을 떠나는 우주선 아니던가!

 

 

 

화로에 들어 가기 전 마지막 작별을 위해 잠시 머믈다.

 

 

 

화장은 1시간 남짓 걸리는 데 그 동안 대기하는 유족실

 

 

 

장모님은 참으로 여성스러운 분이었고

교육은 별로 없으면서 능력이 좋아 부를 일구셨고

그 부의 상당 부분을 천주교 사회 사업에 바치셨다.

꽃동네에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고 원주교구 배론 성지 조성에도 많은 지원을 하셨다.

 

 

 

 

조성 초기에 이 자리를 받으셨고

가장 좋은 위치에 납골함을 분양 받으신 것 같다.

 

 

 

십자가 의 한 가운데가 두 납골항아리가 들어 가는데

오른쪽에 안장되셨다.

왼쪽은 수원 묘소의 장인유신을 화장하여 합장할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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