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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귀머거리 할멈 이야기 - 내 할머니가 들려 주신 구전동화 본문
내 할머니는 고종 계유 (윤 6월 13일) 생으로 족보에 기록되어 있어 추산해 보니 1873년에 태어 나셨다. 1943 경 돌아 가셨으니 한 70년 사신 것이다. 나하고는 8년동안 이 세상을 함께 지내셨는데 마지막은 오사카 집 이층 다다미방에 병환으로 누어 계셨다.
병환나시기 전까지 내가 너댓살쯤 되었을 때 할머니는 내게 많은 한국의 구전 동화를 들려 주셨다. 할머니의 이야기 주머니는 엄청 컸다. 무진장의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니는 자기는 얘기는 잘 못하는 데 할머니는 이야기도 많이 알고 이야기도 잘 하신다고 칭찬을 하곤 하셨다.
할머니는 우리와 아무 혈연이 없다. 익헌공 종가집은 증조할아버지때 혈손은 끊어지고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모두 그 윗대의 후손집에서 양자로 들어와 종가를 이어 왔다. 그런데 오사카에서 같이 산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3취로 첫번째 두번째 할머니가 모두 손 없이 돌아 가셨고 이 할머니도 할아버지와 얼마 살지 못하고 할아버지를 잃은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 이 할머니는 할아버지 사후 양아들인 아버지가 어머니로 모신 분이다.
파평 윤씨로 가난한 양반 집안이라는 것만 난 알고 있다. 어머니의 이야기로는 가난하니까 부자집 덕좀 보려고 나이 많은 할아버지에 3취로 시집 보냈다고 하셨다. 난 할어버지를 뵌 적도 없고 어머니 말씀으로 기억할 뿐이다. 할아버지 사후 아버지가 나이 많은 사촌의 빚보증을 섰다가 가산을 모든 날리고 말 그대로 우리집은 망했다. 할머니 친정은 덕은 보기는 커녕 나이많은 할아버지의 삼취로 보내서 자손도 못보았고 할머니는 할아버지 사후엔 집안이 망해서 일본으로 건너간 아버지의 부양으로 살다가 돌아 가신 조선조 말기의 비운의 여인이었다.
할머니가 돌아 가신후 아래층에 고연(궤연)을 모시고 상식을 올리곤 했다. 궤연엔 할머니 유골(화장한) 도 있었던 것 같다. 난 그것이 무서워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혼자일 땐 집엘 들어 가지 못했다. 할머니가 널 얼마나 귀여워 하셨는데 무엇이 무서우냐고 어머니는 말씀하셨지만 난 유골이 무서웠다. 석달인가 궤연을 모시고는 마침내 어머니는 할머니 유골을 안고 강원도 철원의 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합장을 해 드렸다. 물론 궤연도 모두 치웠다.
유골이 떠니고 난 다음에야 학교에서 돌아와서 혼자라도 집에 들어 갈 수 있었다.
할머니가 내게 들려 주신 구전동화는 몇개 기억하고 있었지만 다 잊어 버렸고 두개정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중 하나는 일부만 기억하고 있어 여기 남길 수는 없고 단 하나 짧은 이야기는 완전하게 기억한다.
할머니의 이야기솜씨는 그냥 말이 아니고 운율어 더해서 이야기 하기 때문에 장난감도 많지 않은 옛날 갈은 이야기를 또 듣고 또 듣곤 했다. 그것은 마치 노래를 듣는 것 깉았다.
이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방천 말뚝은 본 일도 없고 뭔지도 몰랐지만 할머니의 설명으로 상상만 했다. 일본에서는 두번째로 큰 도시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에서만 살았으니 방천말뚝을 본 일이 없다. 할마니가 돌아 가신 이듬해 쯤 오사카 대공습에 대비해 난 양주에 출가해서 사는 큰 누님집으로 소까이(소개 -> 피난)로 보내졌다. 어머니와 케이죠(경성 서울)까지 와서 큰 매형이 양주 신곡리에 데리고 갔다.
경부선을 타고 서울에 올 때 방천 말뚝 같은 것을 봤다고 한다. 난 기억나지 않는데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그걸 처음 보고 저게 할머니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방천말뚝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방천말뚝은 개울 뚝에 소를 묶어 두기 위에 박아 놓은 말뚝을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은 농가에서 일소를 기르는 일이 없으니 방천말뚝도 사라졌을 것이다.
구전 동화는 말로 말로 전해 지는 것이다. 책으로 쓰면 말의 운율이 사라진다. 글이 되면 재미가 없어 진다. 또 듣고 듣고 할 만한 이야기가 안된다. 내가 이 이야기를 "또 해줘" 한 것은 할머니의 그 운율을 듣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iOS 용 녹음파일
세 귀머거리 할멈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 주신 한국 구전 동화
내가 할머니에게서 듣고 외운 운율로 녹음을 해 봤다.
구전동화라기 보단
구전 한국판 Nonsense Rhymes 가 더 맞는 이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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