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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셋째 누님의 옛 일기에서 본문
참으로 오래된 편지 하나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신기한 일이다.
1938년에 쓴 거라 추정되는 셋째 누나의 편지에 누나의 일기장 일부가 옮겨 적혀 있었다. 거기에 네살 난 동생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조선 갑반의 종가집 며느리로 시집 온 어미니는 손이 귀한 집에서 6남매를 두셨는데 위의 4남매는 강원도 철원의 종가집이 아직 무너지기 전에 두셨다.
어머니와 자식들을 남기고 일본으로 건너간 아버지가 일본에 터를 잡고 어머니와 아이들을 다시 일본으로 데려간 다음 또 두 남매를 두었는데 그 막내가 나다. 그래서 위의 4남매와 마지막 두 남매는 나이차이가 많다.
셋째 누님은 그러니까 선4남매의 막내지만 나와는 13살 차이가 난다.
그래서 그런지 난 큰 누님들의 귀염둥이었던 같다.
‥………
1938년 5월 29일(일)
임시 시험이 어제로 끝났다.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홀가분한다.
(남)동생의 말소리도 많이 자랐다. 작년에 <신군노우따>부를 때와는 영 다르다. 요지음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대체로 또렷하게 발음한다. <미요 토오까이노 소라아께떼>하고 노래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 죽겠어서 레코드래도 취입해서 영구히 남겨 놓고 싶은 기분이 들 지경이다. 동생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4살쯤 되었을 때 자기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알고 듣게 된다면 얼마나 좋아 할까 생각해 본다.
‥………
70여년전의 내 이야기가 누나의 일기장을 통해서 읽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사라져 가는 옛것들에 대하여....
1938(?) 5월 29일 일기
이 일기는 셋째 누나가 의정부에 시집 가 있는 제일 큰 누나에게 쓴 편지에
적어 보낸 것이다.
어머니의 유품에서 나온 것 같은데
어머니는 어떻게 셋째 딸이 맏딸에게 쓴 편지를 갖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난 이 편지의 존재도 몰랐고 작년(2010이 작년이 되었다) 5월에 집을 리모델링할 때
세간을 정리하다 발견해 나중에 보려고 챙겨 두었던 것이다.
이 편지의 마지막 페이지엔 내가 살 던 오사카 집의 도면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 때문에 나중에 보려고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다 어렸을 때 살 던 집 생각이 나서 그 옛편지를 꺼내 읽게 되었고
거기에 내가 등장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 이야기를 오늘 처음 읽은 셈이다.
얼마후에(1942년?) 셋째 누나는 토쿄에 사는 매형과 결혼했고
난 국민학교에 들어 간 다음 첫 여름방학에 바로 위의 누나와 함께 토쿄 누님댁에 놀러 갔었다.
1943년(?) 여름 토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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