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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2017 봄날은 간다 본문
2017 봄날은 간다.
Y2K 가 한창 떠들석하던 20세기가 저믈어 가던 때였다. 난 정년퇴임을 몇년 남기지 않고 있었다. 27동 내 연구실 밖엔 목련 나무 한구루가 서 있었다. 봄이면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고 긴 겨울이 끝난 것을 알려 줬다.
난 그 목련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몇 년 후면 그 꽃을 바라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목련이 필 때 마다 세 번은, 두 번은 더 보겠구나 하고 세어 보곤 했다. 그리고 그 날은 어김 없이 찾아왔다. 2001년 2월 28일 그 목련이 꽃망울 터뜨릴 때 나는 그 연구실을 떠나야만 했다.
아무리 내 퇴임사에서 말했듯 "happiest boy in the world" 의 내 관악 캠퍼스의 삶이었다 해도 이별은 아쉽고 서운했다.
그리고 그 이별 후 16년의 세월이 흘러 갔다.
그리곤 이젠 지구별 여행의 폐막을 기다려야 할 때가 되었다. 난 이제 몇번의 봄을 맞고 보낼 수 있으려나? 인생 종장의 폐막일은 정헤진 것이 없다. 내년일 수 있고 10년 후일 수도 있다.
아쉬울 것도 서운할 것도 없이 여여하게 떠날 수 있기만 바랄뿐이다.
2017년 봄날도 간다.
2017년 4월 17일 아침. 비 오는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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