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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조직의 쓴 맛” 본문

일상, 단상/나의 가족, 가족사

“조직의 쓴 맛”

샛솔 2018. 11. 17. 11:38

“조직의 쓴 맛”


 

지난달 말일 2018 10 30일이 내 귀염둥이 손자의 세 돌이었다.  말도 그럴듯하게 하지만 한 번 더 말 뜻에 대해 파 물으면 몰라라고 답한다.   아직 내 눈에는 애기.    

 

그런데 며느리는 이 애기를 유아원에 보낼 생각으로 한 동안 알아 보고 다니더니 생일 며칠 후에 마침내 보낼 유아원을 찾아서 등록을 마치고 그 주 금요일부터 보낸다고 유아원에서 가방 등을 받아 가지고 왔다.

 

자랑 삼아 가방을 보여 주고 가방을 짊어지게 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가방 진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이 애틋해 보인다.   가방이 애기 등을 가득 채우고 넘쳐난다.   이건 애기가 질 가방이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세돌 박이가 유아원에 간다는 건 너무 어린 나이에 내 돌리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돌을 갓 넘은 아기의  등을 꽈 채우고도 넘치는 가방을 메고 "조직생활"을 시작하려 한다.

가방에는 아무 것도 들지 않았는데 "무겁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유아원은 유치원에 가기 전에 가는 일종의 예비학교(pre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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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유치원에 다녔다.

 

 

 

 

 

유치원 입원기념

유치원생 가방은 저 정도가 맞다.

 

 

 

1941년 4월 4일 찍은 사진이다.

그해 12월 8일 일본은 진주만을 공격하여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그 전쟁으로 평탄했던 내 유년시절은 날아 가 버렸다.

 

출처: http://boris-satsol.tistory.com/search/타카라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내가 1935년 11월 20일 생이니 내가 유치원에 들어 간 날은 다섯돌 지나고 4개월 15일 즉 내달 반 지나서였다.  그러니까 다섯돌하고 네달반 까지는 집에서 놀았다.  밖에 나가 놀기도 했을 것이다.   세돌이나 네돌 때 쯤 한 번 나갔다가 길을 잃었던지 날 찾는라고 난리가 난 일이 있었다.  전차 전류장 한 정거장쯤 "칙코" 방향으로 내려 가면 공원인지 놀이터인지가에 우리가 하나 있는데 여우가 갇혀 있었다.  그 걸 보려고 갔던 것 같다. 

 

집에서는 아마도 할머니하고 놀았을 것이다.   할머니에게서 구전동화를 들으면서 놀았을 것이다. (귀머거리 할멈 이야기 - 내 할머니가 들려 주신 구전동화 )

가끔 어미니가 외출하실 때 날 혼자 집에 남겨 놓는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할머니가 이층 다다미방에 계셨다해도 병환이 위중할 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던지 난 혼자 집안에서 놀았는데 밖에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났던 생각이 난다.    내가 길을 잃어 소동이 난 이후에 난 혼자 밖에 나갈 자유가 별로 없었다.

 

 

셋째 누님이 출가하기 전 까지 그래도 우린 3남매가 함께 살았으니 난 외로운 편이 아니었을 것이다.  네살 터울의 손윗 누나는 학교에 가고 셋째 누님은 여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녔다.   그래도 저녁에는 모두 모이면 큰 식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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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이 일찍이 유아원에 가게 되는 이유는  1.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에게 아기 돌보아 줄 사람이 없어서, 2. 동네에 같이 놀 아이들이 없어서,  3. 가족이 단촐해서 가족끼리 놀 사람이 없어서 4. 또 밖에 나가 안전하게 놀 만한 공간이 없어서,  5. 조기 교육 열풍이 일어서 등등 상당한 이유가 있다.

 

내 손자도 이런 이유에서 세돌 박이를 유아원에 보내기로 한 것 같다.

 

 

 

 

사실 부모가 교육을 결정하는데 조부모가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옛 날 생각만 하고  간섭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요즘 추세에 대해서 약간의 연구를 해 봤다.    역시 정답은 없었다.  그러나 그 중에 하나 내 심경을 아주 잘 표현한 한겨레 신문의 한 "맘기자"의 글이 너무 와 닿아서 아들 내외에게 카토크로 보냈다.

 

 

 

한겨레 신문의 한 "맘기자"의 글

 

 

그래도 내 호소가 효력이 있던지 11월 초에 보내려던 계획을 조금 늦쳐서 내년 3월 초의 정규 원아 모집 시기에 보내기로 계획을 바꿨다.   핫삐의 덕에  손자가 맛 봐야 할 "조직의 쓴 맛"을 그래도 넉달 늦추어 준 셈이다.  

 

 

PS

 

 

왜 한겨레기자의 글속의 "조직의 쓴 맛"에 따옴표가 붙었나 했더니

그런 제목의 유아 용 동화책이 있었다.

그래서 하나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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