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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한 가운데 본문
계절은 바야흐로 가을의 한가운데에 왔다.
가을꽃이 개화를 시작했다. 초 가을 까지는 꽃을 볼 수 있다던 나팔꽃도 몽우리는 개화까지에 이르지 못하고 시들어 사그라들었고 이젠 축 늘어진 채 올해 삶의 종연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게 키만 훌쩍 자라 언제 개화를 하려나 했던 코스모스는 이제 막 개화를 시작했다.
역시 내가 파종을 하고 옮겨 심은 식물들에게는 애착이 간다
지난 일요일에는 자전거 대신 새벽 산책을 했다. 양재천변 가을꽃 몇 종을 사진으로 찍었다.
얼마 안 있어 나무는 낙엽을 떨구고 풀들은 말라 생명을 잃고 하루 해 살이 풀은 떨 군 씨로 새 봄에 싹을 틔울 것이다.
그리고 여러 해 살이 식물들은 옥상 정원의 지난해 블루베리 나무가 그러했듯 등 껍질을 벗고 꽃몽우리를 맺고 개화를 하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열매가 블루베리 색깔로 익어 가면 내가 열매를 감상하기도 전에 도시 새들이 날아와 모두 쪼아 먹을 것이다.
계절의 순리다. 잔연의 순리다. 내가 얼마나 이 반복되는 블루베리 나무의 꽃을 볼 수 있으려나?
내 연구실 바로 창가엔 손에 닿을 듯 한 거리에 목련나무가 서 있었다. 목련은 잎이 돋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운다. 그래서 그 꽃이 관악산 자락의 캠퍼스의 봄의 전령자였다.
정년이 임박하기 몇 해 전부터 나는 개화하는 목련을 바라보며 내가 몇 해나 저 꽃의 개화를 볼 수 있으려나 하고 그 햇 수를 세었는데 결국 그 마지막 개화를 보는 듯 마는 듯하는 해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세월의 흐름에는 어김이 없다.
내가 블루베리나무의 꽃을 몇 번 더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것도 그때가 올 것이다.
다만 정년과 달리 그 해는 기약이 없다. 내년까지만 그 꽃을 못 볼 수도 있고 십 년 뒤에도 그 꽃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 꽃을 못 볼 해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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