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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의 유럽여행 - 볼쯔만 묘비 찾아 가는 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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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맞던 해 유럽 여행을 했다. 내가 평생 공부하고 가르쳤던 물리학의 발상지를 순례해 보는 것도 학문의 길에서 은퇴하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은퇴하면 학교에 잘 나가게 되지 않아서 집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고속랜을 깔아야 했다. 아파트 단지에는 많이 보급되었지만 개인 집에는 아직도 잘 깔아 주지 않을 때였다. 인터넷 주식거래를 하면 무료로 깔아 준다기에 키움이라는 인터넷 주식거래 계정을 트고 하나로 통신 인터넷공급망을 깔았다. 하나포스라는 사이트에 디스크 공간도 주어 홈피를 만들 수 있게 해 줬다.
당시엔 블로그도 없었고 막 홈피를 장식하는 것이 유행으로 뜨던 때였다. 그래서 그곳에유럽 여행기를 올렸었다.
이달 초에 SK 브로드밴드로 바뀐 하나로 통신 서비스를 해지하고 강남케이블 통합패키지로 갈아 탔다.
케이블 TV, 인터넷, 인터넷 전화까지의 통합 패키지가 SK 브로드밴드의 월 요금에 몇천원이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6월 말까지 하나포스의 디스크에 있던 내 홈피의 내용을 모드 옮겨 가라고 통지가 왔다. 10년전의 여행기 이젠 없애도 되지 않나 싶었지만 한 두가지는 중요한 정보도 들어 있어 여기에 옮겨 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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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쯔만 묘비 순례기 이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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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월 말 불연 듯 이번 여름에 유럽을 다녀 올 생각이 들었다. 오는 가을 학기를 끝으로 정년을 맞는 나에게 내 물리학의 길을 마감하는 순례의 여행을 떠나는 것도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월 30 일 아내와 함께 김포를 떠나 그날 밤 10시 쯤 남 프랑스의 니스공항에 내렸다. 밤 늦은 시간이라 택시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모나코의 아벨라 호텔로 향했다 . 모나코는 니스에서 자동차로는 30 분 거리에 있다. 모나코의 몬테 칼로가 이번 여름 순례의 길의 출발점이 되었다. 내 물리학 삶의 절반은 몬테 칼로 시늉내기에 받쳤으니 그 이름의 유래가 되는 고장을 찾는 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라 생각되었다. 또 마침 그곳에서 "Monte Carlo 2000" 이라는 학회가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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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일정을 마치고 7 월 5일 밤차로 로마로 향했다. 몬테 캘로 역은 새로 지어서 가장 현대적이고 깨끗했다. 다음날 아침 7시 로마 역에 도착하였다. 역에서 가까운 호텔에 베이스 캠프 를 차리고 가까운 곳을 하루짜리 기차여행으로 관광을 할 참이었다. 나포리, 피렌체, 피사, 폼페이, 카프리 섬을 가 보았다. 갈리레오가흔들이의 주기의 불변성을 발견하였다는 사탑 옆 성당의 램프는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로마체류 마지막 날 로마역 가까이 있는 로마유적 국립박물관(Museo Nazionale Romano)을 관람하였다. 로마 지역의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의 이르는 어마어마한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이 박물관은 꼭 가 볼 만한 곳이다. 지하실에 전시된 여덟 살쯤 되는 소녀의 미라는 그 양식은 비록 이집트 풍이기는 하나 최신 DNA 분석결과 현대 이태리인 또는 유럽사람의 선조로 밝혀 졌다 한다. 이곳에 전시된 로마황제들의 흉상들 가운데에서 Marcus Aurelius 황제의 것은 옛날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그의 명상록 중의 한 구절을 떠 올리게 했다. Marcus는 그의 명상록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를 기억해 주기를 원하는 그 사람들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 무덤으로 향한다" 고. 내세를 믿지 않은 그는 사후에 명예를 추구한다는 것은 허망한 것이라 했었다. 200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저 먼 동양의 한 순례자가 그의 흉상 앞에서 황제-철학자를 떠 올리고 있다. 그러나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짐이 되어 무덤으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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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의 마지막 기착지는 오스트리아의 빈 이었다. 7 월 15일 저녁 시끄럽고 벅적거리는 로마 역에서 빈 행 국제 열차에 몸을 맡겼다. 빈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2 년 베르린 통계역학 학회에 참석했을 때 꼭 둘러 보려 했으나 도중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기회를 놓쳤었다. 이번 길은 비록 초행인데도 어쩐지 고향처럼 아련히 그리움이 솟구치는 도시다. 아마도 일본의 통계역학의 거장 고 쿠보(Kubo Ryogo) 교수가 쓴 "통계역학" 이라는 교과서의 한 구절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도시 빈의 중앙묘지공원에 가면 순례객은 르드빅 볼쯔만을 기리는 묘비를 볼 수 있다. 그 비석에는 그가 인류에게 선사한 가장 값진 선물인 S = k log W 라는 공식이 새겨져 있다." 내가 통계역학을 전공하고 대학에 몸 담고 있던 30 여 년 간 이 공식을 가르치는데 혼신을 다 받쳤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 고향처럼 아련히 끌리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빈의 중앙 묘지 공원은 여러 가지로 관광 명소로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곳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토벤, 모차르트 등 악성들이 잠든 A 지구만 찾는다. 볼쯔만은 C14 지구 A -1 자리에 잠들어 있다. 원자나 분자의 존재를 모르던 시대에 분자에 바탕을 둔 통계역학을 건설한 볼쯔만은 100 년을 앞서 살았다. 보이지 않는 분자를 가정한 가상적 이론이라는 동시대의 물리학자로부터 견디기 어려운 공격을 받은 볼쯔만은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비극의 삶을 마감하였다. 따지고 보면 볼쯔만은 학맥으로 내 5 대 스승이다. 네데란드의 열통계역학의 대가 에렌페스트가 그에게서 배웠고 에렌페스트에게서 배우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 대학 교수가 된 미국의 대 물리학자 유렌벡이 한국 물리학계의 거성 조순탁 선생의 지도 교수다. 고인이 된 조순탁 교수야 말로 나를 통계역학의 길로 이끈 스승이니 볼쯔만의 학맥이 한국에 와 닿았다 할 수 있다. 더욱이 조순탁 교수는 볼쯔만 방정식을 고밀도 기체에로 일반화시켰으니 볼쯔만의 정통성을 이어 받았다 할 수 있다. Choh-Uhlenbeck 이론은 대학원 교과서에서 인용될 정도의 뛰어난 업적이다. 내가 비록 위대한 스승들에 감히 후학이라 내 세우기조차 부끄럽지만 볼쯔만의 엔트로피를 전파하는 운동에 앞장을 섰으니 볼쯔만의 후계자의 말석이라도 차지 할 수 있으면 영광이라 생각해 본다. |
-----순례기 끝(2000/Sept 작성, 2002/June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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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중심가 Karlsplatz에서 71 번 전차를 타고 가면 중앙묘지 공원 (ZentralFriedhof)앞 정문에 간다. 또 City Air Terminal (Hilton Hotel 지하)에 이어져 있는 지하 철도역 (국철 Wien Mitte)에서 국철 7 번을 타고 가면 묘지 후문에 갈 수 있다. 중앙묘지 공원 (ZentralFriedhof)은 아래 지도에서 오른쪽 아래부분에 있다. 국철 7 번은 공항으로 가는 기차이다. Eurail Pass를 쓸 수 있다. 전차를 타던 기차를 타던 두 번째 역에서 하차한다. |
71 번 전차를 타고 Zentralfriedhof에서 내리면 정문이 되고 국철 S7을 타고 Zentralfriedho-Kledering 역에서 내리면 후문에 닿는다. |
위 지도에서 동그라미로 표시한 지역이 14C 지구이다. 국철을 타면 Zentralfriedhof-Kledering 역에서 내리면 중앙묘지 후문이 되는데 조금 걸어 들어가면 성당 광장을 찾을 수 있다.
중앙 묘지 공원 정문에서 안으로 난 큰 길을 따라 가면 한 가운데 커다란 성당이 있는 광장이 있다. 위의 지도 321 로 표시된 곳이 광장이다. 이 광장 바로 못 미쳐 오른쪽이 14C 지구인데 구역을 표시하는 안내 비석이 서 있다.
왼쪽 안내 비석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면 첫 번째 자리에 볼쯔만의 무덤이 있다. 광장과 성당이 배경에 보인다. |
정년을 한 학기 앞둔 한 대학교수의 유럽 순례기.m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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