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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후라빠

 

어이 xx 후라빠 오빠하고 놀래?     내가 가끔 장난끼가 동해서 아내를 놀리고 싶으면 해 보는 소리다.

 

후라빠라는 낱말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옛날에 유행하다가 지금은 "시대" 의 뒤안길에 사라진 그리운 옛말이다 .      이 낱말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도 연세가 드신 분이리라.   

 

후라빠는 영어 flapper 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본사람들이 フラッパー(후랏빠)로 표기한 것이 한국에 흘러 들어와 후라빠로 굳어 버린 것이다.  

 

flapper 의 어원에서 보면 보통 통념으로 잘못 알던 "불량한 여학생" 과는 거리가 멀다.    요즘 불량여학생하면 순진한 학생 괴롭히고 삥이나 뜯고 하는 것을 연상하지만 우리 때에는 그런 뜻으로  "후라빠" 라는 낱말을 쓰지 않았다. 

 

위키피디아에 나온 flapper 의 설명을 따르면

 

Flappers were a "new breed" of young Western women in the 1920s who wore short skirts, bobbed their hair, listened to jazz, and flaunted their disdain for what was then considered acceptable behavior.

 

후라빠 란 1920년대 서양에서 나타난 짧은 치마를 입고 짧은 머리에 재즈를 즐겨 듣고 당시의 여성이 따라야 하는 규범에 반항하는 기질을 과시하는 신세대 젊은 여성군을 지칭한다.

 

flaunt 란 동사는 하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서 못하는 행동을 일부러 과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옛날에 본 일본 드라마에 "순정반짝" 이란 것이 있었다.  그 주인공 사꾸라꼬(미야자키 아오이)는 학교에서 경연하는 합창의 파아노 반주를 하는데 자기 아버지의 영향으로 재즈를 좋아해서 반주와 합창을 재즈풍으로 한다.    그것을 들은 음악선생은 노발대발을 하며 그 여학교는 "현모양처" 를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는데 재즈가 뭐냐고 사꾸라꼬를 단단히 혼내 준다.

 

아마도 사꾸라꼬가 전형적인 후랏빠일 것이다.  

  

여성스러운 것을 벗어나 남자들이 하는 짓을 하니까 후랏빠는 톰보이 또는 말괄량이 기질을 보이는 여학생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한마디로 좀 "끼"가 있는 또는 좀 "노는" 여학생을 지칭했다.

 

아내 코니는 분명히 그런 기질이 있다.   나와는 성격이 정반대로 외향적이고 여러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좌중을 휘여잡고 웃기는 그런 타입이다.    그래서 여학교 시절에는 무슨 행사나 여흥시간에는 자주 지명받아서 단상에 올라 즉흥 만담을 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연 전교에서 아내 코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잘 모르는 사람은 후랏빠라고 불렀을지 모른다.  아내의 변명은 그렇다.     자기는 좌중을 휘여 잡고 웃기는 짓은 해도 불량한 짓은 할 줄 모른다고 한다. 

 

아내가 다닌 여학교는 오래된 사립학교인데 설립 이념이 "현모양처"를 기른다고 다른 학교에 비해서 여러 규제가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의 반발이 심해서 한번은 동맹전발(同盟剪髮 - 함께 짜고 머리를 자르는 일)을 했는데 대뜸 억울하게 주동자로 지목되어 곤욕을 치루었다고 한다.   

 

아내 코니는 동맹전발을 주동할 만큼 용감하지는 않다.   55년을 같이 살아서 잘 안다.

 

그런데 코니가 코니 자신도 몰랐던 후라빠라는 별호를 듣게 된 것은 우리의 결혼과 관계가 있다.  

 

1961년 우리가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각자의 집에 알리자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는 전에 한 일이 있다.

( 2007/06/27  - 운명의 인연 )

 

지금 커네티컷에 사는 내 생질녀가 그 때 외삼촌인 나에게 "아저씨는 공부하러 미국에 가서 xx여고 후라빠 와 연애를 하느냐" 는 힐란의 편지를 보냈었다.     이 생질녀도 지금은 70을 넘긴 할머니지만 그 땐 여중 2,3 학년 때 였을 것이다.   내가 가정교사를 하면서 학비를 벌 때 초딩6학년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가르쳤고 반에서 1등을 만들어 주었고 서울에서 최고 명문여고에 입학을 시켜줬다.  

 

그래서 외삼촌인 나를 대단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고작 xx 여고 후라빠 출신과 결혼을 한다니까 그런 편지를 보냈던 것이다.   몇단계 건너서 아내의 평판을 들으면 그런 수식어도 들렸을 것이다.

 

그래서 그후 부터 아내를 놀리고 싶으면  xx 여고 후라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여고시절 단상에 올라 즉흥만담을 했다면 확실이 끼가 있는 여학생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끼가 대학생시절에도 나타나  E 여대 영문학과의 졸업 영어 연극에서는 남장을 하고 남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연극은 유명한 Louisa May Alcott 의 Liittle Women 이였고 남자 주인공인 Laurie 역이었다.

 

 

 

대학생시절에도 발동한 코니의 "끼"

엘비스 프레슬리의 시늉을 잘 냈다고 고백했다.

 

 

 

E대 영문학과 영어연극에서 Little Women 의 Laurie 역으로 남장한 코니

 

 

 

외국에서는 요즘도 상품으로 후라파 복장 (flapper costume) 을 판다.

http://www.halloweencostumes.com/child-red-fringe-flapp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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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tsol 샛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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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6.05.27 11:07

    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