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열물리책, Reif
얼마전에 올렸던 글 2019/01/22 - 열물리학자의 국부론 "The Second Law of Economics" 의 한 페이지가 내 추억을 불러 일으켰다.
그 책에는 저자가 Reif 의 열물리학 책, "Fundamentals of Statisical and Thermal Physics"를 통해서 엔트로피를 이해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열물리 국부론의 저자는 노벨상을 두번 탄 것으로 유명한 존 바딘 밑에서 포스닥을 한 초전도이론의 전문가다. 초전도체 이론은 고체물리분야로 입자물리보단 열물리에 가까운 물리분야이지만 이 분야를 공부한 사람도 열통계물리는 잘 모른다.
그래서 그가 중미의 컬럼비아에 가서 새로 박사과정을 설립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그에게 열통계물리를 가르쳐 달라고 청탁을 받았다 한다. 그는 이 과목은 잘 모르는 분야라고 손사래를 치고 사양했는데 그렇다면 이 번 기회에 공부좀 하는 것이 어떠냐고 강권하는 바람에 수락했다고 한다.
그 때 그는 처음으로 "Reif" 의 열 통계물리학 책을 소개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으로 가르치면서 처음으로 엔트로피를 이해하였다고 회고하고 있었다.
Reif 책 하면 내겐 노스텔지아를 불러 온다. 학부과정 열물리학을 가르칠 때엔 거의 항상 이 책을 교과서 삼아 가르첬다. 그러니 내 평생 끼고 산 책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 Reif 책 이야기가 위의 페이지에 나왔으니 그 감회가 새삼스럽지 않겠는가! 그런데 Reif 책과 내 인연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환갑을 맞던 1995 년 내 생애 두 번째 안식년을 맞았다. 그 때 난 교육부에서 주는 해외 연수 지원금을 신청해서 로드 아일랜드의 브라운 대학에 갈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거기 교수로 있는 내 물리학부 동기인 지금은 고인이 된 강경식 교수에 의뢰해서 주선해 주기를 부탁했었다.
그러나 교육부 해외 연수 지원금은 그 해 부터 60세 이상인 사람에겐 지원을 하지 않는 방침이 정해 졌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쉬운 소식이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으면서 전산물리 연구나 할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었는데 강경식 교수에게서 좋은 소식이 왔다.
Brown 대학에서 한 학기 열무리를 가르치고 강사료를 받아 체류비로 쓰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Brown 대학에서도 이 Reif 의 책으로 학부 4학년 대상으로 열 통계물리를 가르쳐 왔는데 그 동안 가르치던 교수가 때 마침 안식년으로 1년을 비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서도 이 교과서로 가르쳐 보지 않은 사람은 이 걸 처음 읽고 가르치기엔 버거운 교과서이기 때문에 사람을 구하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강교수가 나를 추천해서 강사료를 받도록 주선 해 준 것이다.
그 때 교육부가 지원하는 지원금은 년 3만불이었는데 브라운 대학에서는 한 학기 강사료로 5만불을 주기로 했다. 당시로는 1년 생활비로 충분한 액수였다.
Reif 책이야 강의 준비 없이도 그냥 백묵하나 들고 들어 가서 한시간 강의할 수 있을 만큼 책 내용을 달 달 외우고 있었으니 부담될 것이 없었다.
교과서도 브라운대학 물리학과에서 새 책을 사 주었다.
책을 버리고 버렸어도 그 책은 죽을 때 까지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 서재에 꽂혀 있는 그 책은 브라운대학 물리학과에서 사 준 그 책이다.
전에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귀 하나를 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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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노벨 상을 탄 J. Michael Kosterlitz Brown 대 교수는 내가 1995-1996년 Brown 대에 방문교수로 갔었을 때 내 host 였었다. 마침 그 교수의 옆방에 빈 연구실이 있어 그방을 1년 빌려 썼었다.
출처: https://boris-satsol.tistory.com/1443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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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연유로 의외의 곳(책)에서 Reif 의 책이 언급되었으니 내 노스텔지어르 자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며칠전 Reif 책을 ebook 으로 샀다. 종이 책이 있는데에도 ebook 으로 다시 산 것이다.
또 다시 펼쳐 볼 기회가 몇 번 있을런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책은 내 분신과 같은 책이다.
종이책은 종이책 대로 내 서재의 책꽂이에 꽂아 두고
전자책은 어디로 가던 날 따라 올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이 책의 서문에도 "엔트로피"의 깊은 뜻을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평생 가르치고 연구한 엔트로피를 어떻게 쉽게 가르치나를 나름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서 정년을 맞아 학교를 떠나던 해 현직에서는 마지막 논문을 미국의 American Journal of physics 2001년 1월호에 발표했었다. ( https://aapt.scitation.org/doi/10.1119/1.1287719 )
논문 전체를 다운로드하려면
http://www.physics.snu.ac.kr/~kclee/howto/doc/howto.pdf
또는
이 논문의 요점은 엔트로피를 쉽게 가르치기 위해서 게임과 같은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을 보여 준 것이다. 그리고 열역학적 엔트로피와 통계물리적 엔트로피를 어떻게 연관지어 이해할 수 있는가를 보인 것이다.
이 논문의 한 구절
entropy의 Clausius 정의와 Boltzmann의 정의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내 퇴임 고별 강연도 “주사위만 던져도 열물리를 이해 할 수 있어요.”로
내 이 마지막 논문을 해설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논문에서도 내가 가장 익숙한 Reif 책을 참고 문헌으로 인용했다.
참고문헌 3 에 Reif 를 인용했다.
교과서라 ebook 으로 산 Reif 책의 값도 $76.84 이나 한다.
환전수수료등모 두 합쳐 86775원이 내 신용카드에서 빠져 나갔다. 내 노스텔지어가 유발한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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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같은 분을 옆에서 가까이 알고 지낸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한국 자전거 여행계획은 잘 되 가시는지요?
아, 추억의 Reif 책이네요. 97년에 이 강의를 최무영 교수님께 들었습니다. 그 책 표지는 짙은 밤색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 ebook의 표지색은 화려해졌네요. ^^;
제가 95년 1월 본고사 시험을 치를 때, 교수님께서 감독관(?)으로 오셨던 기억이 납니다. 논술시험시간이었습니다. 그 해에 안식년이셨군요. 전 대학 신입생이라 즐거웠던 기억이 가득한 해였는데, 교수님께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으셨다니, 웬지 기분이 좋습니다. ^^;
반갑네요. 최무영교수가 학부 때엔 물리학과 교수가 많지 않아서 내가 열통계물리를 가르쳤을 겁니다. 최무영 교수도 Reif로 가르치는 내 강의를 들었을 테니 박기영님은 내 손자벌 Reif 책 제자인 셈이네요.
Reif 책은 192 판인가 나왔으니 표지가 여러 번 바뀐 것 같네요.
정보이론에서 이산확률변수 X ~ p(x) 에 대한 엔트로피 H(X)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p(x)는 probability mass function of X)
H(X) =: - Σ p(x) log_2 p(x)
즉, 확률변수 X를 기술하기 위해 필요한 평균적인 비트(bit) 수 로써 정의한 거죠.
물리학에서 엔트로피가 무질서도를 뜻하는 지표인데, 어째서 그런지 이해못하고 있었습니다. 정보이론에서의 엔트로피 정의에 비추어보면, 대충 'system의 상태를 기술하는데 필요한 평균적인 무엇?' 일 것이다라는 게 현재로서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교수님께서 가르침을 주시면 안될까요?
지나가던 행인이 염치없이 질문드립니다.
Reif 책 231 페이지에 답이 있습니다. The quantity-In r, i.e., the function 2: Pr In Pr, can be used as a measure r of nonrandomness, or information, available about systems in the ensemble. This function plays a key role as a measure of information in problems of communication and general "information the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