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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필(遺筆) 본문
어머니의 유필(遺筆)
어머니는 1897년에 나셨으니 19세기 분이다. 가난한 양반가에 태어나 정식 교육은 못 받으셨지만 한글(언문)과 약간의 한문만은 어려서 배워 이야기 책(구식 소설)도 읽고 편지는 쓰셨다. 나중에는 신문소설(현대 소설)에 매료되어 애독자가 되셨다. 그래서 옛날 사람이면서도 무척 리버럴(liberal) 한 분이 되셨다. 1987년 세상을 뜨셨는데 그때 유품 속에 이 편지가 섞여 있었다. 거기엔 내(구철)가 어렸을 때 재롱을 피우던 이야기가 적혀 있어 간직해 두었던 듯 하다. 나도 그런 편지가 있는지 몰랐는데 얼마전 옛 문서들을 뒤지다가 튀어 나왔다. 70년 전 종이라 너무 낡아서 부서질 듯해서 스캔해 두었다. 70이 넘은 이 나이에도 이런 편지를 보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친다.
옛 붓글씨라 몇자는 판독할수 없는 글귀도 있어 그냥 넘겼다. 옛말은 조금 현대어로 바꿔 옮겨 놓았다.
나에겐 나와 나이차가 많은 세분의 누님이 계셨는데 그 분들이 모두 등장한다. 이집(큰 누님으로 이 편지의 상대) 홍철(두째 누님) 순희(세째 누님) 그 밖에도 이모, 이종 사촌(관형), 외육촌(기문) 육촌 누님(정숙) 들이 등장한다. 이 짧은 편지에 이처럼 많은 친척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생활이 얼마나 친척 중심으로 살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양력 8월 30일 쓰신듯 한데 햇수는 적혀 있지 않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1937년 으로 추정된다. 정확히 70년전에 일본에 살면서 (나는 막내로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 났다) 양주군 의정부읍으로 시집 간 큰 누님에게 답장을 쓴 것 같다.
관련글 비극의 유산 (어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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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답
궁금하던차 두번 부친 편지는 반가이 보았다. 그간 시부모님 뫼시고 무고하냐? 사돈 내외분도 안녕하시고 이서방도 평안하게 잘 지내는지 알고 싶구나. 가끔 소식 전하거라
구철이 사진 보았니? 재롱이 비상하다. 양주 누나(네에짱- 누나의 일본어)한테 밥먹으로 간다하며 편지쓴다고 내 흉내를 내며 종이에 쓱쓱 줄을 긋는단다.
나는 이제 쾌차하다.(어미니가 편찮었던듯) 박씨 사주는 벌써 돌려보냈다(두째 누님 혼담이 오갔던 사람인듯) 혼인않기로 지난 봄에 결정했다. 죽은 사람이 불쌍하다.(혼담 오갔던 사람이 죽은듯)
다시 구혼중인데 마땅한 자리가 없구나. 너희가 서울 가는 일이 있으면 이모 찾아 뵈어라. 못산다해도 이모다. (이모님이 어렵게 살고 있었던듯) 불쌍해서 못잊히고 못잊힌다. (이모- 어미니의 오직 하나의 여동생)
기문(어머니의 당질)이가 의정부(큰 누님 사는 곳)에 자주 다닌다고 너희 찾아 보겠다고 주소를 달래서 보냈다. 관형(이종사촌형 - 이모님의 아들)이 때문에 속 썩인다고 하더라.
홍철(두째 누님) 혼처는 양반은 안보고 형세와 당자만 보겠다. 건강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 (먼저 혼담 오갔던 사람이 병사했던듯)
저번에 너의 세계(世系) 적어 보냈는데 보았느냐 너의 시(媤)가 세계도 적어 보내거라. 내가 보려고 한다.
순희(세째 누님) 눈은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 보니 좋지 않다고 하더라 ..
너의 산월달은 언제인지 궁금하다. ..
정숙(6촌 누님)은 홍성 김씨가로 출가했단다.
할말은 많으나 총총하기로 두어자 부친다.
양력 8 월 30 일 (1937년?)
그리운 모서(母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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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가 포맷을 바꾸면서 어미니의 편지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내가 에디터 모드에 들어 가면 살아 있어 이것을 다시 사진으로 올리려 했으나 이 글의 에티터가 옛 것이라 플래시를 쓰지 않으면 사진을 올릴 수 없게 되어 있어 이젠 사진으로는 올릴 수가 없게 되었다. 파일로는 올라 오기 때문에 위에 파일로 올렸다. 2020년 10월 18일
1970년대 어머니
PS 2020-10-18
우연히 한글이 창제될 때 부터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의 글자체가 자연스레 발달했다는 youtube를 보게 되어 어머니의 유필이 그리워 다시 보려니 편지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파일로 다시 올렸지만 모든 테크노로지는 파괴적 혁신으로 다기 오기 때문에 이 포맷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플래시 팝업을 써어 사진을 올리던 티스토리의 에디터가 결국 플래시의 몰락과 더불어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나도 언젠가 가면 어머니의 유필을 그리워 할 사람도 없어 질 터이니 "인연이 다 하면 사라진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새삼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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