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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내 고향 시애틀 본문
2019년 추석날에 10년전 시애틀에서 맞았던 추석날 추억을 되새기며
10년전에 썼던 글입니다.
시애틀 내 고향
한국에서는 추석 연휴에 귀향하느라고 난리였을 것이다.
귀향은 원래 인간의 본성인지 모른다. 태어 난 곳, 자란 곳, 놀던 곳을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 다시 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갖는 소망이니 말이다.
한국사람들에겐 추석의 귀향은또 다른 이유나목적이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나에겐 그 아무 것도 없다. 부모님도 안계시고 장모님 한분 생존해 계시지만 서울에 사시니 귀향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서울에 있으면 많은 점포가 문을 닫아 텅 빈 거리가 쓸쓸하게 느껴질볼뿐이다.
심심풀이로 티비를 틀면 추석 특집이라고 떼떼옷을 입고 나온 아나운서 연예인들이 명절 때면 늘 하던 짓들을되풀이 하는 것을 본다. 정말 흥겨워서 그런지 지어서 흥겨운척 하는 건지멀리 딴 세상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난 명절이 흥겹기 보다는 오히려 쓸쓸하게 느껴진다.
굳이 추석을 피해 여행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 재작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추석을 여행중에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올해 추석은 시애틀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시애틀은 우리의 고향이다. 지금 사는 서울을 빼고는 따로 고향이 없으니 시애틀이 고향과 같다.
1960년 8월 22일 태평양을 건너 고국을 떠나 대학원생활을 시작했고여기서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큰 아들까지낳았으니 고향과 같다. 거의 7년을 살았다.
둘다 학생인 시절엔 무척 가난하게 살았다.
그러나 2년후 코니가 먼저 석사학위를 받고 librarian 이 되었고 UW 극동학과의 한국학 초대 librarian 이 되면서 우리의 생활은 컹충 업그래이드 되었다.
고생도 했고 즐거움도 있었다. 내 박사학위 논문이 끝날 쯤 계획해서 큰 아이도 낳았다.
학위후 Post Doc 과정도 시애틀에서 멀지 않은 Canada 의 Vancouver(Univ. of British Columbia) 에서 했으니 시애틀에 자주 내려 올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귀국할 때까지 근 10년을 시애틀과 Vancouver 에서 산 셈이다.
고생했던 추억도 달콤했던 추억도 서려있는 곳이다. 그러니 고향이라 불러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우연히 올 추석에 고향에 오게된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이 5번 지냈는데 변하지 않은 것도 많이 있었다.
지난 화수(21일22일) 이틀간 우리는 Univ. of Wash.근방을 자전거로 산책을 했다.
아 그리운 옛날이여!
시애틀의 명물인 자전거 전용도로
Burke-Gilman Trail
이 길은 학교(UW) 남쪽을 지난다.
Burke-Gilman Trail 은 학교 남쪽 으로 이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나간다.
캠퍼스 남단에서 북쪽을 보며
나중에 학교 안을 둘러 보니
학교 건물들은 개축과 신축이 너무 많아
어디가 어딘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 남단 경관과 건물만은 변하지 않았다.
멀리 분수는 여전히 시원한 물줄기를 뿜고 있었고
양쪽으로 보이는 건물 둘은
겉모양은 그대로 였다.
오른 쪽이 내가 다녔던
물리학과 빌딩
(Physics Hall)이 었고
왼쪽은
Johnson Hall로 당시에는
생물학과(동,식물학과)
들이 쓰고 있었다.
이 표지판은
1909 6월 1일 부터10월 16 일까지 열렸던
알라스카 유콘 태평양 박람회(ALASKA-YUKON-PACIFIC EXPOSITION)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세운 것이라 한다.
시애틀은 인디안 추장의 이름이고
이 도시의 역사는
알라스카와 유콘 탐험의 전초기지역할을 하면서 발전했다.
Jack London의 개 이야기
<Call of Wild> 인가 하는 책을 보면
Alaska 의 금광맥을 ?i아 가는 탐험가들이
여기서보급품과 개(썰매개 Husky)를 사가지고 배를 타고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UW 의 마스콧은 Husky 다.
분수의 북쪽에서 남쪽을 보며
이 분수는 날이 좋으면 이 분수 물줄기 넘어 Mt. Rainier 가
보이게 설계되었다.
그날은 날은 좋았지만
Mt. Rainier 정상 부근에 구름이 끼어
산을 볼 수는 없었다.
지금은 Mary Gates Hall 이 된 옛날 Physics Building
Mary Gates 는 Microsoft 창업자 Bill Gates 의 어머니다.
이 학교 졸업생이고 이 학교 이사회 이사였던 어머니를 위해 Bill Gates 가
기부하여 내부를 완전히 리모델링하여 Mary Gates Hall 로 개명했다.
Computer 인지 Commuciation Science 인지 학과의 실험실과 교수실로 쓰고 있었다.
내 자전거가 놓인 출입문은이 건물의 주 출입문이고
3층 동쪽편에 큰 방이 있었고
대학원 1년생들인 실험조교들이 공동으로 쓰는 방이 있었다.
코니와 연애시절 이 문앞에서 우리 둘이 자주 만났다.
언젠가는 김치와 장조림을 담가 가지고 와 이 문앞에서 내게 준 일도 있었던 같다.
이튿날인 22일은 학교 밖 우리가 살 던 곳을 둘러 보기로 했다.
Burke-Gilman 자전거 도로는
15th Ave.를 건너게 되어 있다.
우리는 건너지 않고 쭉 북상했다.
15가는 우리가 살던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15th Ave에 나 있는 학교 서문 과 대각으로 마주 보는 이 건물이
Commodore Dutchess Apt. 다.
결혼했지만 자녀가 없는 20세 이상의 학생만 들어 갈 수 있다.
우리가 결혼하고 처음 오른쪽 Dutchess 의 1 Room 에 들어가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
나중에 코니가 졸업하고 취직을 한 다음 왼쪽의
1-bed room 으로 옮겨 갔다.
Postdoc 으로 취직이 되어 학교를 떠날 때까지 큰 아이도 낳고 여기서 6년 넘게 살았다.
정든 곳이다.
1997년에 왔을 때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있었다.
4005를 보니 너무 반갑다.
포오오파이브 (4005)
피프틴트 노스이스토(15th NE)
시애틀 워싱톤
98105
USA
우리가 살 때 서울에 편지하려면 써 넣던 주소가 아직도 입에서 술술 나온다.
zip code 까지 기억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물리학과 건물 뒤에 있던 HUB 건물은 재단장을 위해 닫아 놨다.
그리고HUB 는 Condon Hall 로 옮겨 갔다.
그런데 HUB를 검색하다 재미 있는 것을 발견했다.
HUB에 Bike Shop 이 있다는 것이다.
옮겨 간 곳에도 Bike Shop 이 있었다.
이 학생회관 Bike Shop 은 학생 교수 직원에게만 개방된다고 써 있었다.
학생에게는 10% 할인도 해 준다고 써붙여 놨다.
타이어 공기압도 점검하고 체인에 기름질 해야 하나 점검해 달라고 했다.
타이어 바람도 넣어 주고 체인에 기름질도 해 줬다.
돈좀 주려했더니 굳이 안받겠단다.
어쩌면 사이클 클럽 학생이 자원 봉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됐다.
우리가 60년대 학교를 다녔다고 했더니 그랬나?
고마운 일이다.
45th St. 와 University Way 교차점
이 모퉁이에 <Martin Eckman> 이란 조금 고급 남자 옷가게가 있었다.
지금은 <American Apparel> 인가 하는 역시 옷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University Ave 다음 길은 Brooklyn Ave. 다.
45th St. 와 Brooklyn Ave. 모퉁에에는 <Neptune>이라는 영화관이 있었는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영화관이 그 옛모습 그대로 서 있으며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기에 지겹도록 많이 갔었다.
Neptune 영화관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어느날 밤늦은 시간에 우리 앞자리에 한국말을 하는 초딩 어린이 둘이 나란히앉아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었다.
고려정집 정씨 아들 형제였다.
그 중 하나가 나중에 세계적인 지휘자가 되었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University Way 와 47th 쯤에
Pay'nSave 라는 저가품을 취급하는 대형 잡화점이 있었다.
뒤쪽 주차장은 Brooklyn Ave.다.
1997년에 왔을 때 여전히 싸구려 잡화점이었는데 지금은 비어 있는 듯
임대 패말이 붙어 있었다.
내가 여기를 굳이 찾아 온 이유는
1968년인가 69년에 50cent 짜리 Made in Korea 싸구려 와이셧츠를 처음 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눈물이 너무 나서 이 주차장으로 숨어 나와 펑펑 울었었다.
1953 년 휴전이 되었지만
떠나 오던 1960년도
한국은 <가난> 그 자체였다.
뭘 만들어 선진국에 팔 수 있다는 생각은 꿈도 못 꾸었던 때였다.
그런데 미국 상점에서 비록 싸구려지만 한국제 상품을 처음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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