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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잡문

올빼미예찬

샛솔 2005. 3. 23. 05:19

프로그래머는 올빼미형 인간

이론물리 전공인 우리는 물리학과 건물에서 떨어진 목조 간이 건물의 방들을 연구실로 쓰고 있었다. 본 건물과 떨어져 있어 남의 눈에 띄이지 않아 자유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 나는 나와 같은 지도 교수 밑에서 논문을 쓰는 미하라 노리히꼬라는 일본 3세와 함께 연구실을 나눠쓰고 있었다.  올빼미형 인간은 몇사람 더 있었으나 항상 올빼미는 나와 "노리" 와 "에드" 라는 친구였다. 우리는 밤 12시가 조금 넘으면 출출해져 한 15 분거리의 피자집에 가서 밤참을 하곤 했다. 나와 노리는 담배를 피웠고 에드는 담배를 피지 않았다. 언젠가 에드는 내가 담배를 오른손 손까락 사이에 끼고 생맥주핏쳐를 든 포즈를 "멋있다", "크래식" 이라 칭찬해주곤 했다. 에드가 먼저 박사학위를 받고 떠났고 그리고 내가 떠났다. 얼마후 노리로 부터 소식을 들었다. 에드가 히피(hippy) 가 되었다고.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에드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왔다. 

귀국하여 대학에 나가면서도 완전한 새벽형 인간이 되기 전까지는 올빼미형 인간이었다. 나는 아직도 세벽 3시에 컴퓨터를 돌리면서 내 프로그램을 점검하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새로운 몬테칼로 기법을 개발 중이었다. 버그하나 때문에 전전긍긍하다 마침내 그 버그를 찾아 고치고 생각했던 대로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것을 확인하고 느꼈던 환희와 흥분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까지도 뇌리에 그냥 남아 있다. "올빼미들을 위한 씨풀풀(Late Night Guide to C++)" 의 저자 Nigel Chapman 은 그의 책 서두에 아래와 같은 글귀를 남겨 놓고 있다.

Did you ever stay up late into night, working on a computer program? Not because you were getting paid to, or because you had to have demonstration ready for a marketing meeting the next morning, or because you wanted to get finished before you went on holiday, but just because you couldn't stop? Because there was something fascinating about making that program work that was just...worth saying up for?

            If you are going to program computers, it seems to me that you need that sort of excitement, because it's a pretty miserable business without it. ...." 

 

그는 프로그래머는 올빼미형임을전제하고 있다. 책 제목부터가 그렇다. 밤을 꼬박 새며 프로그램 한다는 것은 단순한 돈벌이 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프로그래머는 Chapman 의 말에 공감할 줄 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프로그래밍이란 창조적 작업이다.

Tex 를 만들었고 전산수학의 불휴의 명저,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 를 남긴 스탠포드의 Donald Knuth 교수도 말했다. "프로그래밍은 작곡을 하거나 시를 쓰는 것과 갈다" 고. " ...preparing programs for a computer can be an aesthetic experience, much like composing poetry or music.".

그리고 누군가가 그랬다. 모든 창조 행위는 밤에 이루어 진다고. 

 심야의 정적은 새벽의 정적보다 좋다. 그것은 정적의 시작이요, 그래서 여유로와서 좋다. 새벽의 정적은 심야의 정적의 끝자락이요, 얼마 않있어 종말을 고하기 때문에 조급해진다. 마치도 시험종료 타종시간이 임박한 수험생이 느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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