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한건 아무것도 없는데 단 한사람만 없는 느낌……
1930년대 아직 페시시린도 항생제도 없던 시절 폐렴은 치명적인 병이었습니다.
우리에게 향수라는 노래의 노랫말로 더 잘 알려진 정지용 시인은 5 살 난 어린 딸을 폐렴으로 먼저 보내야 했습니다.
어린 딸이 떠나 버려 텅 빈 병실 유리창에 기댄 정시인은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한편의 주옥 같은 명시로 승화시켰습니다.
반세기도 훨씬 넘은 그 옛날 중학교 1학년 국어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이 슬프고 아름다운 시를 나는 아직도 온 채로 읊조릴 수가 있습니다.
유리창
유리의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얼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 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
새까만 밤은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황홀한 외로운 심사려니/
고흔 폐혈관이 찢어 진채로/
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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