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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나

내 청춘기록

샛솔 2023. 3. 16. 13:52

내 청춘기록

일 타 스캔들이 끝나기 전 그리고 글로리 파트 2”가 공개되기 전에 볼 것이 없어 우연히 보기 시작한 청춘 기록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시작했었던 것 같다.  처음엔 출연배우를 알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젊은 배우 박보겸,  박소담 이외에 옛 날 배우들이 줄줄이 나와서 반가웠다.   하희라, 신애라, 한진희 등 옛 배우와 손창민도 오랜만에 보는 배우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계속 페이소스(pathos)가 매 화면에 묻어난다.  금수저, 흙수저 젊은 사람들의 꿈과 좌절,  가족 간의 애증등 일상적 삶에서 필연적으로 일어 나는 갈등과 마찰이 서글픈 이야기들로 다가온다.

내가 학교를 그만 둔지가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고 아내 이외에는 대화의 상대가 없는 좁은 공간에서 살면서 드라마나 인터넷에서 세상의 변화를 보고 있을 뿐이지만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젊은 사람들의 삶과 미래는 점점 어두운 불확실한 시대에로 바뀌고 있다.

나이가 든 탓이리라.   이런 청춘 드라마를 보고 있으려면 늘 내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내 청춘은 625 전쟁과 함께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에 진급하던 해에 625 전쟁이 터졌고 전쟁 중에 내 청춘은 시작되었다.  영등포에서 시민증(당시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을 빼앗기고 찾으러 간 곳이 영국 공병대 트럭 20여 대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였다.   가족들도 모르는 사이에 난 고랑포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공병대의 노무자로 강제 차출되어 끌려 온 것이다.

내가 3개월 조금 지나 공병대를 탈출하여 도망 나오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전쟁으로 6남매 중 3남매를 잃을 번 했다.

내가 간신히 도망쳐 혜화동 10번지에 9호 나타났을 때 어머니는 죽은 귀신이 살아 돌아온 줄 알았다고 했다.

사실 그땐 치안이나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전쟁 중이라 사라지면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어디에서 횡사를 해도 그 시신조차 확인할 수 없던 때였다.

기억력이 남부럽지 않던 나도 당시 어떤 사건이 먼저고 나중인지 잘 생각해 내지 못한다.  하도 당한 것이 많아 그렇다.  

3의 나이는 아직도 소년의 티를 벗지 못했고 어머니가 보고 싶어 허락되지 않는 한강 도강을 하려고 미군 군용 열차에 탔다가 미군 헌병에 잡혀 바지 허리띠를 빼앗기고 바지춤을 쥐고 서 있는 나에게 무지막지한 폭행을 가하고 노량진 수원지 근방에서 달리는 열차에서 등 떠밀려 떨어진 사건도 겪었다.   이 이야기는 아내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때 그 모멸감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다 기억해 내지 못한다고 해도 나도 겪을 만큼 겪은 아픈 과거를 안고 산다.

장난질하는 미군 기총 소사에 죽을 뻔했던 경험도 했다.  

그래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공부시켜 준다는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던 것이 또 새로운 시련이었다.   고등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진해 해병대 영창에서 고초를 겪었다.

그런 내 청춘 기록은 어쩌면 내 오늘의 삶의 자신감일 것이다.  사실 나는 두려운 것이 없어졌다.  어쩌면 이런 내 청춘 기록이 내 생애의 행복과 성공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가정교사를 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유학귀휴 허가를 받았을 때 내 청춘 기록의 마지막 장이었다.

미국에 가자마자 1년이 못 되어 아내를 만났고 이 만남은 내 일생의 최대의 축복이었다.   나는 귀국하여 모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내가 하고 싶은 학문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신혼초의 우리 부부

 

한국에서 컴퓨터 물리학이란 것을 새로 개척했고 내가 정년이 되던 해에 마지막으로 American Journal of Physics에 발표한 논문은 통계물리학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어떻게 쉽게 가르칠 수 있나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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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teach statistical thermal physics in an introductory physics co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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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해도 끝 내 나처럼 만년에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부부는 정말 행운의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 부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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