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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

응답하라 1970 - 내 생애의 전환기

샛솔 2013. 12. 16. 22:11

응답하라 1970 - 내 생애의 전환기

 

 

지난 토요일(12월14일) 69학번 동기 모임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69 학번이지만 당시 1학년은 일단 공릉 근방에 있던 교양과정부 캠퍼스에서 수업을 받아서 동승동 문리대 물리학과에서 강의를 받기 시작한 것은 2학년이 되던 1970년 부터였다.    그 때 내가 처음 물리학과에 부임했다.

 

그러니까 69학번 물리학과 졸업생은 내가 처음 부임해서 내 첫 강의를 받았던 제자들이다.    그래서 우린 모두 서로 인상이 깊었고 특별한 인연이 된 셈이다. 

 

참석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한사람만 빼고는 모두 대학 현직 교수들이다.   내가 35세에 부임했고 그 당시 제자들은 20살 안팍이었으니 이젠 한 두해 후면 그때 제자들도 모두 정년퇴직할 때가 되었다. 

 

내가 처음 새로 올라온 학생에 강의한 내용은 Berkeley Physics 두째권인 Electricity and Magnetism 이란 책이었다.    움직이는 전하의 전기마당이 상대론적 변환으로 자기마당이 된다는 식으로 전자기학을 서술한 책으로 이런 접근법은 이 저자(Edward Mills Prucell)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다고 알고 있다.

 

이전 까지는 세미나 같은 곳에서 발표한 일은 있어도 강단에 고정적으로 서 본다는 것은 처음이었다.   35살까지 칠판을 앞에 두고 살다가 처음으로 칠판을 뒤로 두고 사는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69 학번 전후해서 한 10년내지 15년동안 서울대 물리학과에는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다 모여 들었다.   그래서 당시 서울대학 물리학과는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들의 교실이었다. 

 

Berkeley Physics 는 사실 어려운 책이었다.  그러나 그 책은 명저였고  그 때 생각하면 정말 난 강의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반짝이는 총명한 학생들을 상대로 내가 강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행운중의 행운이었다.

 

그래서 1970은 내 생애의 가장 기억에 남는 전환점이 되었다.

 

 

 

 

부임했을 당시 동아일보와 인터뷰 기사

어머니가 오려 두셨던 것 같다.

 

 

 

부임해서 처음 강의한 전자기학책

Berkeley Physics Course Vol. 2

 

 

 

토요일 모임에서 제자가 찍어서 보내 준 사진

  

 

 

몇 안 왔지만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한 해나 두해면 정년퇴직할 나이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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