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가운데의 봄꽃
우리 집 옥상에서 남쪽으로 빤히 보이는 길은 단대 부고에 올라가는 길이다.
80년 초에 우리가 처음 집을 짓고 살 때에는 이 일대는 매봉산의 한 자락이었고 단대부고와 대치 롯데 캐슬 아파트 자리는 매봉산 자락의 능선이었다. 매봉산은 선릉로에 의해 두 동강이 났지만 그래도 그 자락에는 소나무나 진달래 따위가 있는 작은 동산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단독주택을 짓고 살 때 처음으로 개 한 마리를 키웠다. 동물병원에서 엉터리일 것이라 추측되지만 혈통증명서(pedigree certificate)까지 달린 진돗개 강아지를 분양받아 왔다. 매봉산 자락 앞동산은 이 진돗개를 데리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길은 가파른 언덕으로 단대부고 정문에서 정점을 찍고 그 아래로는 내리막길이다. 단대부고 정문까지는 차도가 있지만 그 너머는 차가 진입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 너머 길에는 양쪽 인도 한가운데에 강남구에서 작은 공원을 지어 놓고 운동기구도 몇 개 갖다 놓았다.
그러나 여기서 운동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굳이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운동기구를 이용할 사람은 근방에 별로 없을 것 같고 나처럼 산책길에 나설 때 여기를 지나가게 되면 운동기구에 올라 허리 돌리기를 한 두번 한 일이 있다.
그 너머 내리막길 중턱에 서쪽으로 작은 길이 나 있어 선릉로로 나가게 되어 있다. 이 길 남쪽은 대치 동부센트러빌 아파트 단지이고 북쪽은 롯데캐슬 리베 아파트의 남쪽 경계다. 그 경계 사이의 전에 매봉산 자락이던 부분이 공원화되어 있다. 공원으로 일부러 찾는 사람이 없지만 지나가다 쉬어 갈 수 있게 벤치도 몇 개 놓여 있다.
이 공원길은 양재천 산책을 나갈 때면 내가 자주 이용하는 도로다. 굳이 매연 풍기고 시끄러운 차도옆 인도를 따라 걸어가기보단 훨씬 한적하고 인적이 없는 이 공원길을 이용하는 것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어제 일요일은 매주 하는 작은 아들 가족과 타워팰러스 단지 안에 있는 식당에서의 오찬을 위해 이 길을 따라 걸었고 점심 후엔 양재천을 산책했다.
날씨가 좋았던 탓인지 양재천 산책로엔 인파로 가득했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지쳤던 모양인지 여느 봄날이나 마찬가지로 산책로는 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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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의 꽃은, 그저 제비꽃인줄로만 알았는데, 본래 이름이 따로 있었군요. ^^; 두어달째 꼼짝없이 집/회사/집/회사인 와중에도, 근처 목련, 벚나무며 개나리들이 한창이라, 봄꽃 구경은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 중 입니다. ^^ 코로나 때문에 좀 답답하긴 하지만, 코니님과 건강한 봄 맞으시기를 바랄게요. ^^
감사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어수선한 세상이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 옵니다. 완연한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