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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오늘은 625전쟁 73주년이 되는 날이다. 본문
오늘은 625 전쟁 73주년이 되는 날이다.
625 전쟁은 잊힌 전쟁이다. 73년이란 3/4 세기에 가까운 긴 세월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기도 전의 옛이야기이니 잊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전쟁으로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지니 오늘이 그날인지 되돌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
625 전쟁으로 우리 집안은 와해되었다. 명목상 가장이었던 형과 나에게는 4살 위인 누나와 헤어지게 되었다. 형은 북으로 간 것이 확실하고 K누나는 인공시대에 노력동원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형은 형수와 두 아들을 남기고 떠났고 K누나는 북으로 끌려갔는지 그 후엔 소식이 없다.
형수는 이미 고인이 되었고 그 아들들도 이젠 70대 노인이 되었다.
내가 중학교 3학년에 진급하던 해이니 난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그날은 오늘과 같이 일요일이었다.
시간은 이맘때 대여섯 시쯤일 것이다. 확성기를 단 트럭이 거리를 다니면서 휴가 나온 장병은 빨리 귀대하라는 절박한 호소를 하면서 다니고 있었다.
나는 당시 원남동의 한 적산 가옥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셋째 누님 댁에서 누님 내외분과 생질 셋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인민군이 입성하는 바로 그 길목에 살고 있던 셈이다.
그리고 다음날은 포성이 멀리서 들렸고 그 다음다음 날엔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인민군 탱크 (소련제 T-34였더가?)가 밤중에 지나갔다.
그리고 28일 아침은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인민군 여군이 확성기를 들고 골목을 돌며 서울이 해방되었으니 인민 여러분은 안심하고 밖에 나와도 된다는 선무를 하고 다녔다.
그렇게 서울은 3일 만에 딴 세상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나는 그 더운 1950년 여름 인공시대를 서울 종로구 원남동에서 보냈다.
나는 원남동 네거리 돈암동과 종로 4가를 오기는 전차길 옆 안국동으로 꺾어지는 4거리에서 빙수장수를 했다.
그 가게는 원래 셋째 매형의 동생인 내겐 형벌인 사돈총각이 하던 가게였다. 젊은 사람이 나서서 장사할 때가 아니었다. 처음엔 근로동원으로 잡아가고 나중엔 인민군의 보충병(의용군)으로 잡아갈 때였다.
나도 키가 조금 컸더라면 의용군으로 잡혀 갔을지도 모른다. 928 수복 이후 학교에 갔을 때 중3의 우리 반에서도 뒤에 앉았던 키 큰 아이들 몇은 인민군 의용군으로 잡혀 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국군과 UN군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다시 밀려 내려왔다.
그리고 50년 말 51년 초의 유난히 눈이 많이 온 겨울 1-4 후퇴를 해야 했다.
우리도 피난이라고 한강을 건너 남하했지만 중공군에 추월 당해 또다시 세상이 바뀌는 꼴을 봐야 했다.
그리고 피난이라고 간 먼 친척집에 얹혀살 수가 없어 다시 꽁꽁 얼은 한강을 건너 혜화동 누님집으로 귀환했다.
그때 서울의 모습이 생생하다. 마치도 어느 서부 영화의 유령타운과 같이 인적은 없고 잠물통이 깨어진 빈 집의 문은 바람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열렸다 하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요즘 우리는 넷플릭스에서 “보라 데보라”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우연하게도 거기에 박완서소설가의 “그 남자의 집”이란 책이 나왔다.
그 남자의 집은 내가 읽은 책이다. 그 책의 배경이 바로 1-4 후퇴로 텅텅 빈 내가 겪은 두 번 째 인공시대의 서울이다.
그때 그 기억들은 점차 사라지고 그것을 기억했던 사람들도 사라진다. 그리고 그 기억을 기억해 주기를 원했던 사람들도 누군가의 등에 업혀 적멸의 길로 사라질 것이다.
625 전쟁 73돌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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