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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

블로그를 열면서

샛솔 2009. 2. 22. 22:58

블로그에 대한 단상 - tistory 블로그를 열면서



1주일 전에 tistory 블로그를 "From the Planet Earth" 란 이름으로 처음 열고는 이 글을 올렸었다.   그리고 어제 이 블로그를 하나 더 열고 네이버의 블로그를 이곳으로 옮겨 왔다.  From the Planet Earth에는 프로그래밍 튜토리알 같은 경성 컨턴츠만 올릴 생각이다.  이 글은 여기에 맞는 글이기에 스크랩해 왔다. 


은퇴한지 얼마 안되 미국 여행중 반스노블 서점에서 한권의 책을 샀다.

Paul Bausch Mathew Haughy Meg Hourihan 이 쓴 "We Blog"  - Publishing Online with We Blogs" 라는 책이었다.
 

blogging 을 소개한 책

2002 년에 출간되었다.


 

2002년에 출판되었으니 아마도 2002년 여행할 때 산 책 같다.  무엇이던지 새로운 것이 나오면 실험해 보고 싶어하는 성미라 미국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막 뜨는 블로그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당시 한국에는 블로그란 낱말 자체가 생소할 때 였고 조금씩 하드공간을 허용해 주던 포털 사이트들에서는 홈페이지 (줄여서 홈피) 만드는 것이 한참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1~2년 후 한국에서도 홈피가 아니라 블로그로 그 트렌드가 바뀌었다.  홈피와 블로그는 그 성격이 아주 다르다.  홈피는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과의 인터넷교신이고 블로그는 그 어원자체가 시사하듯 개인 저널리즘으로 불특정 다수인과의 인터넷 교신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면식이 있는 사람보다도 한번도 실공간에서 만나지 못했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블로거가 쓴 글을 읽고 댓글도 달고 안부글도 남긴다.  

이 블로그 개설에 초대 주신 브루프린님도 내 네이버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 주어 기억하고 있는 몇몇의 인터넷상의 이웃이었다.  브루프린님은 며칠전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내 블로그 독자들은 오프라인에서는 만나게 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 편 잘 아는 사람들과의 교신도 블로그의 역할에 큰 몫을 차지한다.      

위의 책의 저자중인 하나인 Meg 도 그런 얘기를 썼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   My Mother the Blogger   ********************

어머니 2001년 4월 2개월 기간을 잡고 파리에 안식휴가를 떠났다.   그녀는 Left Bank에 아파트 하나를 빌려 살면서 임시 인터넷을 연결하고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녀가 파리에 머믈고 있는 동안의 경험이나 감상이나 사진을 담아 블로그의 독자들과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을 떠나기 전에 그녀는 블로깅을 해 본 일이 없다.  단지  내가 휴가로 멀리 떠나 있을 때 내 블로그에 손님 자격으로 와서 한 두편의 글을 올린 것이 전부다. 

또 어머니는 가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간단한 이메일을 보내거나 내가 여름 캠프에 가 있을 때 우편 편지를 보낸 것을 빼고는 우리가 글로 교신한 경험은 별로 없다. 

어머니가 파리에 있는 동안 그녀의 동정을 접하기 위해 난 그 녀의 블로그의 고정 독자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어머니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인간으로서의 어머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두달간 어머니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그전까지 모녀간의 관계에서 내가 어머니의 대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녀가 세상에 대해서 털어 놓은 그녀의 꿈이나 생각은 나와는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너무나 뜻밖의 것들에 대해 나는 단지 입이 벌어질 뿐이었다. 

어머니가 블로그를 개설한 것은 단지 어머니의 여행기간 내게 어머니의 동정을 알려 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방문기라든가 카페에 갔다 온 이야기등을 사진과 함께 전해 주기 위해 블로그를 연 줄 알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나는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어머니가 8000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어머니가 써서 올리는 글들을 통해 우리 모녀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Meg Haurihan  ******************* 


이 글이 시사하는 것이 많다.  

나는 항상 소리말과 글은 다른 차원의 정신작용이라 생각해 왔다.   나 자신을 보면 난 소리말은 아주 적은 편이다.   처음 만난 아내의 친구가 내가 너무 말수가 적으니까 나중에 그랬단다.  "저런 사람이 강단에서 강의는 어찌 할꼬?"   

나도 흥이 나면 말을 잘 한다.  다만 말은 항상 상대가 있기 때문에 낯설거나 어색하거나 상대를 잘 모를땐 말수가 적어 질 뿐이다.  

그런데 글은 쓸때 몸으로 느끼는 상대가 없다.  물론 블로그에 공개할 땐 누군가 그 글을 읽을 상대를 의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글을 쓸 때가 아니라 다 쓰고 나서 공개할 때 이야기다.

공개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글을 쓸때엔 의식할 상대가 없다. 

그러나 글은 항상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영감이 떠 오르면 술술 써지기도 하고 아무리 애써도 글을 쓸 수가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소리말과 글은 다른 차원의 작용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Meg 의 어머니도 아마도 소리말로는 딸에게 그녀 내면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그녀의 생각들을 바로 눈앞의 딸을 쳐다 보고는 어색하거나 부끄럽거워 하지 못했을 지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블로그는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에도 좋은  매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 Postscript *****

아내 코니는 말을 잘 한다.  속에 있는 생각을 다 털어 놓는다.  그렇다고 내가 그녀의 속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블로깅을 통해서 우리가 소통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것 같다.  

작년 4월 내가 아내 코니의 블로그 안부게시판에  노래가사를 하나 옮겨 적었다.  

어느 음악사이트에서 "당신은 나의 운명" 이라는 석지훈의 노래를 듣고 있다가 그 노래말이 하도 근사해서 옮겨다 올린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영원하 오빠'로 부터라고 덧 붙였다.
 
어제서야 코니가 한다는 소리가 당신이 '당신은 나의 운명' 이란 가사를 올려 놨더군요 어제(2009-02-13)서야 봤어...

죽을 때까지 몇번이나 소통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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