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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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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역사

나를 울렸던 국사책

샛솔 2010. 6. 29. 16:34

나를 울렸던 국사책

1960년 미국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 국사 공부를 할 때였다.   당시엔 유학시험이라는 것이 있어 영어(유학해당국 언어)와 국사과목을 시험 뵈었다.

그 때 내가 시험준비를 위해 읽은 국사책은 손진태교수가 쓴 국사책이었다.  그 책의 서문이 나를 울렸던 것이다.  

그 교과서는 625이전에 저술되었던 책일 것이다.   그는 625 당시 서울대 문리대 학장을 지내고 있다 납북되었다고 인터넷 문서에 나와 있다.  

 

그의 역사관은 민족주의 사관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 직후 한참 혼란한 시기에 떠돌던 말이 있다.

 

련놈에 지 말고 국놈 믿지 말아. 본놈 어 선다.

 

좌우 대립으로 한참 요란하게 싸우고 미소 공동위원회가 우리 민족의 장래를 결정하기 위해 서울에서 수차례 열렸으나 결국 결렬되었고  남북이 따로 정부를 수립하고 분단고착화의 시초가 되었다.

 

얼마 안 있어 625 전쟁이 터졌고 미군이 주류를 이루는 유엔군이 참전했고 궁지에 몰린 인민군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균형을 이뤄 전쟁을 625 이전이나 마찬가지의 상태로 돌려 놓고 말았다.  

 

38선 대신 휴전선이 남북을 갈라 놓았을 뿐이다.   그러니 그 비극전 전쟁은 왜 일어나야 했던가?

 

한국군과 인민군의 희생자 말고도 100만이 넘는 중공군이 죽고 수십만의 미군 사상자를 낸 전쟁은 아무 대가도 없이 원상복구로 돌아 온 것이다.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의 이 엄청난 파괴와 인명 피해가 그 아무 대가도 변화도 없이 원상으로 돌아 오는데 바쳐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겪고 난 다음 난 무엇을 보고 생각했겠는가!

 

그 당시 우린 아무 힘도 없이 강대국의 논리에 휘말려 분단, 전쟁, 살상, 파괴,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손진태 교수는 그 국사책 머릿글에 그렇게 말했다.  우리 민족의 장래는 우리의 힘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강대국도 결코 우리를 위해 아무 것도 해 줄 수도 없고 해 주지도 않는다.  그들을 믿고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감동적인 문장으로 써 내려 갔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분단의 시초도 우리의 의지와 희망이나 사전지식도 없이 미국이 소련의 참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그 보상으로 38선 이북의 진주권을 제공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625전쟁도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에치슨이 공산 주의 팽창의 최종 방어선은 한반도를 제외한 일본 열도로 한다는 이른 바 에치슨 선언을 했기 때문에 김일성의 오판을 불러 왔다는 설이 설득력 있게 정착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민족의 의지나 희망과는 무관한 강대국의 세계전략의 한 구상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미국을 혈맹이니 영원한 우방이니 하고 떠 받드는 무리들이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내가 미국 유학을  했고 미국을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 좀 더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무리들의 생각이 얼마나 나이브한 생각인지 한심하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든다.  

 

미국이란 나라를 믿을 수 있는 나라인가?   신뢰할 수 있는 나라인가?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면 흔쾌하게 Yes 라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에도 양심적인 국민이 있고 미국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지식인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일단 그들이 행정부에 들어 오면 결국 기성체재(establishment)에 합류하게 되어 있다.

 

미국의 기성체재란 결국 믿을 수도 의존할 수도 없는 매우 부도덕한 세력이다.   그들이 지난 수십년간 해 온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비에트남 전쟁에서 북폭의 구실을 얻기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국민을 속였고 무고한 비에트남 어린이들에게 가장 희생이  큰 네이팜 탄들을 퍼 부었다.

 

가깝게는 버드 상원의원이 동료 후배 의원들에게 그렇게 호소했건만 그 아무도 그에 동조하지 않고 이라크전쟁을 일으켰다.

 

부시의 이라크전쟁의 명분은 무엇이었던가!

 

 대량 살상무기(WMD)를 제거하고 후세인을 몰아 내어 민주화를 이룬다고 했다.   대량살상무기는 처음부터 없었고 이라크의 민주화도 요원하고 평화롭게 살던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만 고조시켜 놓았고 빼도 박도 못하는 수렁에 빠지게 하고 말았다.

 

지난 주(June 28 2010) 타임지는 625 60 주년을 맞아 또 다시 급냉하는 한반도의 사태를 진단하는 Bill Powell 의 2 페이지 기사를 냈다.  <한국전쟁 60 주년 그러나 적대관계는 지속되고 있다(60 years and counting)>라는 제목이었다.

 

그 기사에서 그랬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쪽의 확성기 심리전 재개와 관련하여 북한은 <서울 불바다>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서울 불바다> 하면 세계사람들이 웃는다.   서울 사람들 조차 웃어 넘긴다.  그런데 사실은 크린턴 행정부 때 북한의 핵시설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 공격계획을 거의 실행에 옮기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원문

 

On June 11, in response to those plans, North Korea threatened "an all-out military strike to destroy the loudspeakers if they are used," turning Seoul into a "sea of flame." On June 15, North Korea's U.N. envoy said that Pyongyang would respond with "military forces" if the U.N. condemned his country's role in the Cheonan's destruction. In many parts of the world, such bellicosity has given North Korea an image of almost comic craziness. Even in Seoul — hip, prosperous, technologically savvy — it's easy to laugh off the North's incessant raving. But the fact is, the last time the "sea of flame" rhetoric was used the Clinton Administration was closer than most realize to launching a pre-emptive strike to take out the North's nuclear facilities.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나 사전 지식 없이 북한과 충분히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면 한반도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라크 전쟁 전야에 상원에서 행한 버드 연설에 그런 말이 있다.  이젠 이 위대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그런 위험한 나라에 한국의 운명을 맡기겠다는 사람들....  

 

전작권 환수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애걸하는 외교를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기 보다 슬픈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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