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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양재천과 매봉산 본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코로나로 집에 갇혀 살 때 방송 중이거나 갓 끝난 방영을 보았다. 그때 내가 블로그에 그 방영시청에 대해 글을 올렸다. ("나의 해방일지" 2022. 5. 21)
22년이니 2년 지났는데 그때 매우 감명이 깊었었다. 그런 좋은 드라마는 여러 번 보아도 좋다.
다시 보게 된 계기는 요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여주인공 김지원 씨가 그때 그 해방일지의 "염미정"이라고 아내가 귀띔을 해 주어 그 걸 확인하기 위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것만 확인하려 한 것인데 그녀가 나오기까지 보다 보니 모든 장면들이 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완전히 처음 보는 것 같아 그냥 계속 본 것이다.
스토리는 대강 돼 살아났지만 디테일은 어떤 부분은 완전히 처음 보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물론 내 기억 특히 단기 기억이 약화되는 원인도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한 번 보면 곧 잊는 버릇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서 며칠을 걸려 16부 전편을 다시 보았다.
22년 작품이라면 2년 되었으니 배경이 현재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느 때 건 삶을 그런 시각으로 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세상,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는 그런 시각이 상당히 공감되는 것 같다.
엄청난 전환기에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글에도 그런 이야기를 썼다. 젊은이들의 삶의 압박감이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지금과 같은 안갯속과 같은 때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유독 한국에만 극심한 것은 출산율의 급감에서도 잘 나타 난다.
젊은 사람들에겐 미래의 불투명이 삶에 대한 불안과 어둠이라면 우리 같이 살 날을 셀 수 있는 나이가 된 사람에겐 돌아오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시린 가슴이다.
미래의 불안을 안고 사는 젊은이나 곧 떠나야 할 우리 같은 사람들의 쓸쓸함이나 삶에는 항상 양면이 있다.
어제는 양재천을 산책했고 오늘은 매봉산을 하이킹했다.
양재천을 산책할 때에는 천변에 나 있는 자전거 도로나 양재천입구로 가는 길 인도를 걷다 보면 바로 옆 언덕 차도를 열심히 페달링 하던 때가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는 느낌으로 서글퍼진다.
아내의 무릎에 갑자기 통증이 와서 걷기도 힘들고 자전거 페달링도 못 해 산책은 아주 근 거리 자전거는 아예 탈 생각도 못 한다.
지난가을부터 올 겨울 내내 제주도 여행기간을 빼고는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얼마 전 까지는 혈소판 치료를 받다 어제는 자가 골수 줄기세포 치료(BMAC)를 받았다. 노령이라 그 효과에 대한 예후는 불분명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만찮은 시술비를 물고 시술을 받았다.
노령이라 큰 기대를 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낫는다면 다행이다.
그래서 양재천 자전거길과 나란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전거로 달리던 그 옛 날이 그리워진다.
양재천에도 매봉산에도 봄은 왔다.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 오지만 우리의 자전거 인생은 끝났건가? 그것이 생로병사의 수순이라면 여여하게 살다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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