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달력의 마지막 장 마지막 날 본문

일상, 단상

달력의 마지막 장 마지막 날

샛솔 2011. 12. 31. 11:40

오늘은 섣달 그믐날이다.   해를 넘기는 마지막 달 마지막 날이다.    

 

10 번째 생일 몇달 남기지 않고 해방이 되어 일어는 까맣게 잊고 살았어도 일어를 원어(native language)로 배운 탓에 어렸을 때 쓰던 일어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본 사람들은 섣달 그믐을 <오오미소까>라 부른다.   그래서 <오오미소까>는 아직도 옛날 생각이 나는 낱말 중의 하나다.  

 

정확히 오오미소까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설맞이 준비에 뭔가 부산했던 느낌이 남아 있다.   

 

따지고 보면 달력이란 것이 없을 땐 그날이 그날이다.   달력을 만든 다음에야 섣달 그믐이 정해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양력을 쓰는데 오직 우리나라만 설과 추석을 음력으로 쇠서 양력 설을 퇴색하게 만들었다.

 

박정희 시절 양력이 거의 정착해 가고 있던 때에 전두환 노태우와 조선일보 같은 보수신문이 합작해서 음력을 부활시켜 놓았다.    저희들이 잘 쓰는 말로하면 포플리즘 정책의 일환으로!

 

그래도 송년회니 망년회니 양력 년말에 하고 기독교의 풍습인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는 양력에 하니 연말의 분위기는 역시 양력이다.   

 

또 일년을 마무리하는 무슨 결산 대회니 무슨 시상식 따위를 양력으로 해를 넘길 때 한다.   그런 것도 뭔가 들뜬 기분을 만들어 낸다.  

 

매년 해를 넘길 때엔 다사 다난했던 해였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러니까 매년 유난히 다사 다난했다고 하고 있으니 매년 더 많은 일이 터지고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에게 2011 년을 여행을 가장 많이 했던 해로 기억할 것이다.     연초에 일본에서 한 석달 살 생각으로 오사카에 갔었지만 일본의 대지진으로 그 계획이 한달만에 꺾였다.     또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한달간 북유럽 여행을 다녀 왔고  또 지난 가을엔 늘 한번은 가 봐야지 벼르던 미국 동부 여행을 한달간 하고 돌아왔다. 

 

최근에 사서 읽었던 Jane Fonda 의 Prime Time 이라 책에 보면 그녀는 평균수명이 90살에 육박하는 우리네 인생 극장을 3등분 하여 0-30년 1 막으로 잡고 이 시기는 배우고 준비하는 과정,  30-60 살까지는 사회에 기여하고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는 2 막으로 잡았고 60-90살까지를 3막으로 세상의 모든 짐을 내려 놓고 인생을 즐기는  Prime Time으로 구분했다.

 

그 Prime Time 도 반 이상 살았다.  아니 아직 반 가까이 남아 있다. 

 

이 마지막 Prime Time 을 잘 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캐어 묻고  새로운 것이 있으면 알아 보고 써 보고 한다.   노력해서 ..

 

내년 1월 12일 오키나와 여행도 가장 큰 목적은 일본에서 운전을 해 보는 것이다.  큐슈만 해도 자전거길(자전거 전용도로)가 많지만 차를 운전하지 않고는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    오사카나나 도쿄같이 인구 밀집지역에는 전철이나 철도가 발달되어 대중 교통으로 자전거도로에도 접근할 수 있지만 지방으로 가면 자전거를 가지고 여행하는데에는 대중교통 수단은 한계가 있다. 

 

일본에서 차를 빌려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여행의 지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아직도 반 이상 남은 프라임 타임을 우리가 제대로 살려면 필수적인 업그레이드 항목이 좌측통행의 나라에서 렌트카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점점 볼드(bold) 해 진다고 할까?

 

금년을 정치사회적으로 뜨겁게 달군 것은 역시 SNS 와 "나꼼수" 가 아닐까 싶다.    보수에게는 SNS 는 눈엣 가시와 같을 것이다.    SNS 를 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반" 보수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 진보가 아니라는 뜻에서 "반(anti)" 이란 말을 썼다. 

 

99%에 기생하는 1%의 기득권에게 피 빨리는 99% 의 항거다.      "나꼼수"는 거기에 불을 지른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그래도 생각나는 것은 반야 심경의   불생불멸,  불구부정,  불증불감(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이란 귀절이다.    

 

아무리 소용돌이 치고 격랑이 일어도 새로 생겨 나는 것도 살아지는 것도 없다.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늘어나는 것도 줄어 드는 것도 없다.   또 다시 돌고 돌 뿐이다. 

 

시계추가 오른 쪽으로 너무 가면 반드시 되돌아 오게 되어 있다.    오늘의 상태는 어제의 상태가 만들어 냈고 오늘의 상태는 내일을 만든다. 

 

내일을 모르는 것은 다만 오늘을 모르기 때문이다.   1%의 기득권도 그 끝 없는 욕심이 이 세상을 떠날 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오늘 깨닫는다면 내일은 조금 더 좋은 날이 되지 않을까?   

 

 

 

 

Jane Fonda도 37년생이니 새해가 되면 Prime Time 의 정상에 오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