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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나도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본문
어렸을 땐 나도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오늘 박완서님의 <그 남자네 집>을 끝냈다.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침대 머리에 달린 아이패드로 나머지를 다 읽었다. 이 책의 뒷부분은 그 소설에 대한 어느 평론가의 평론이었기 때문에 소설은 상당한 페이지를 남기고 생각 보단 빨리 끝났다.
소설 배경이 50년대 625 전쟁직후의 서울이라 읽는 내내 50년대 나를 회상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서울에서도 바로 내가 살던 곳이 혜화동 이화동 원남동이라 소설에 나오는 대학천, 이화동, 동대문, 청계천등은 내 뇌리에 새겨진 지난날들과 중복되었다.
여러가지로 박완서님은 내 인생역정과도 비슷하다. 그 분도 늦깎이로 40이 되던 1970년 소설가로 등단한다. 내가 서울대 물리학과에 부임하여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해가 바로 1970 년이다. ( 2013/12/16 - [일상, 단상] - 응답하라 1970 - 내 생애의 전환기 )
그 분이 문리대 국문학과에 입학하자마자 625가 나 학교를 졸업하진 못했으나 실질적으로 내 문리대 선배가 된다. 625 전쟁에서 받은 쓰라린 가족사는 내 가족사와 거의 비슷하다. 아니 어쩌면 그 때 생존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가족사일 수도 있겠다.
나도 원래 물리학자의 꿈을 꾸기전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625 직전에 한 때 이화동의 셋방에 살았다. 그때 종로에서 이화동으로 꺾어 들어 가는 왼쪽 길 가에 세(貰)책집이 있었다. 어머니가 소설을 좋아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 오는 길에 그 세책집에서 책 빌려오는 심부름을 하곤 했다. 난 어머니가 빌린 책도 읽었지만 나만의 취향인 추리소설들을 읽곤 했다. 김래성 방인근의 소설들을 어머니 심부름인양 하고 빌려서 열심히 읽었다.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탐정소설이 좋아서 탐정소설작가를 꿈꾸었다. 월북 소설가 <이 태준>이 쓴 <소설작법>인지 <소설창작법>인지 그런 책도 헌 책방에서 사서 공부하기도 했었다.
사실 이 꿈은 그 후에도 탐정소설(지금은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많이 들 하지만)을 많이 읽으면서 계속해서 속에 품고 있었다. 그래서 은퇴해서 그 꿈을 실현해 보고 싶다는 말을 아내에게도 한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은퇴후엔 소설 쓰기 보단 프로그램 하는 것에 더 매료되어 소설 써본다는 생각은 잊어 버렸다. 그 대신 플래시를 배워서 주사위를 그렸다 .
2014/03/05 - [일상, 단상/잡문] - 내 끈질김 - 내 플래시의 첫 작품 주사위
윗글 마지막 부분에 쓴 멘트
"Donald Knuth 교수는 프로그래밍은 시를 쓰거나 작곡을 하는 것과 같은 심미적 체험을 안겨 준다고 말했다."
가 소설을 쓰고 싶어 했던 욕구를 만족시켜 준 것 같다.
내 프로그래밍은 실용적 프로그래밍이기라 보단 무모하달 만큼 비실용적이다. 그래서 그게 어쩌면 시나 소설을 쓰는 산고(産苦)를 주고 만족감을 주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역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계속 이런 잡문이라도 쓰면서 충족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박완서의 <그남자네집> 엔 아래와 같은 사진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이 사진들은 소설에 있는 사진이 아니라 google 이미지 검색에서 찾아 낸 것들이다.
주로 미국 소스다. 당시에 이런 사진이나마 남길 사진 작가가 얼마 없었을 것이다.
몇년전에 "서울 타임캡슬을 열다" 란 사진전에서 이런 비슷한 사진 몇점을 본 것 같다.
2009/01/11 - [뚜벅이 기행] - 종로내기의 종로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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