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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오랜만에 일본어 책을 보면서 본문
나는 참으로 책이 귀할 때 살았다. 초등학교 땐 처음 나온 초등학생용 국어사전이 갖고 싶어 안달이 났던 생각이 난다. 어찌어찌해서 용돈을 모아 하찮은 국어사전을 사 가지고 좋아했던 생각이 난다.
어떤 때는 내가 책방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해 본 일도 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고 갖고 싶어 했다. 어떻게 던 돈이 생겼을 때 청계천 헌 책방을 도는 것이 내 재미 중의 하나였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서 학비를 벌기 위해 두 째 누님 집에서 초등학교 6년생을 모아 가정교사를 했다. 한 대 여섯을 모아 매일 저녁 가르쳤는데 워낙 잘 가르쳤더니 5학년 때 한 중간 정도 하던 아이들을 모두 1,2 등을 시켰다. 그건 쉬운 일이었다. 언제고 시험을 본다면 그 전날 내가 문제를 만들어 그 답을 가르쳐 주었는데 내가 만든 문제가 80% 이상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성적이 쑥 쑥 올라갈 수밖에. 나도 모르는 사이 혜화동 일대에서 A급 가정교사로 이름이 났었다. 내게서 배운 아이들이 모두 1류 중학교에 들어갔다.
그 덕에 난 애들 엄마들이 갖다 주는 양담배도 피웠고 돈도 많이 벌어 유학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또 책도 마음껏 살 수 있었다. 당시에는 새 책으로는 주로 일서가 들어왔고 대학교 2,3 학년 그러니까 1956, 57년경에는 무슨 미국 원조라는 레이블이 붙은 미국 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도 내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 속엔 그때 샀던 책이 남아 있다. 책이 귀할 때 손에 넣을 수 있던 책이라 그 애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도 서가에 꽂혀 있는 이런 책들은 미국 유학 시 가지고 갔다가 귀국할 때 다시 가지고 온 책이니 미국에서 만들어 한국에 왔다 미국에 다시 갔다 다시 한국에 온 책들이다.
그 당시 두 째 누님 집에는 일어 책 "나츠메 소세키"라는 일본 문학계의 거장의 소설 전집이 있었다. 책이 귀한 때라 그런 책은 당시 구하려 해도 구할 수도 없고 도서관에서도 찾기 힘든 그런 책인데 전집이 있었으니 내가 그냥 내 버려 두지 않았다. 수학과 물리 그리고 밤에는 가정교사하면서 틈틈이 그 책을 다 읽어 치웠다. 우연한 기회 일본 TV를 보다 소세키의 이야기가 나와 그것을 보고 그때의 감회를 블로그에 쓴 일이 있다. (夏目漱石(나츠메 소세끼))
또 쿠마모토 자전거 여행을 했을 때 그가 교수로 있던 제5고를 가 보고 그의 동상도 사진 찍어 올렸었다.
그다음에는 일어 책을 별로 읽은 일이 없다. 은퇴 후에 가끔 옛 날에 읽었던 일어 책이 생각이 나면 일본 책 인터넷 전자도서관인 青空文庫 Aozora Bunko에 들어가 판권이 사라진 고전(나츠메 소세키를 포함하여)을 읽기도 했다. 이 도서관 전자책은 다행히 가로 쓰기라 읽기가 편하다.
요즘은 하도 많은 새 책들이 나와 옛날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없어 일어 책은 거의 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산 Karen van Wolferen의 "아직도 사람을 행복하게 못 해 주는 일본이라는 시스템"은 좀 깊이 읽기 위해 전자책을 만들었다.
주로 아이패드에서 읽기 때문에 여럿 ebook 리더기를 시험해 봤는데 아이패드에 붙박이로 나오는 ibook으로 읽는 것이 가장 편하다.
또 스크롤을 수직으로 하면 읽기가 쉽다. 즉
그런데 문제는 페이지는 아이패드 세로에 맞혀야 온 쪽이 다 보이는데 내 거치대는 물린 채 세로로 방향을 잡으면 미끄러진다. 무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세로로 물리기엔 벌어지는 간격이 짧다.
그래서 벌어지는 간격이 큰 아이패드 거치대를 알아봤다.
아마존에 입이 크게 벌어지는 홀더가 있었다. 그래서 즉각 주문했다.
세로 쓰기 일본 책 하나 읽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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