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 오랜만에 일본어 책을 보면서

달력

12022  이전 다음

  •  
  •  
  •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  
  •  
  •  

나는 참으로 책이 귀할 때 살았다.    초등학교 땐 처음 나온 초등학생용 국어사전이 갖고 싶어 안달이 났던 생각이 난다.  어찌어찌해서 용돈을 모아 하찮은 국어사전을 사 가지고 좋아했던 생각이 난다.   

 

어떤 때는 내가 책방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해 본 일도 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고 갖고 싶어 했다.   어떻게 던 돈이 생겼을 때 청계천 헌 책방을 도는 것이 내 재미 중의 하나였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서 학비를 벌기 위해 두 째 누님 집에서 초등학교 6년생을 모아 가정교사를 했다.  한 대 여섯을 모아 매일 저녁 가르쳤는데 워낙 잘 가르쳤더니 5학년 때 한 중간 정도 하던 아이들을 모두 1,2 등을 시켰다.   그건 쉬운 일이었다.   언제고 시험을 본다면 그 전날 내가 문제를 만들어 그 답을 가르쳐 주었는데 내가 만든 문제가 80% 이상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성적이 쑥 쑥 올라갈 수밖에.   나도 모르는 사이 혜화동 일대에서 A급 가정교사로 이름이 났었다.  내게서 배운 아이들이 모두 1류 중학교에 들어갔다. 

 

그 덕에 난 애들 엄마들이 갖다 주는 양담배도 피웠고 돈도 많이 벌어 유학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또 책도 마음껏 살 수 있었다.    당시에는  새 책으로는 주로 일서가 들어왔고 대학교 2,3 학년 그러니까 1956, 57년경에는 무슨 미국 원조라는 레이블이 붙은 미국 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도 내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 속엔 그때 샀던 책이 남아 있다.  책이 귀할 때 손에 넣을 수 있던 책이라 그 애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때 샀던 책 중에서 그래도 많이 보았던 책은 당시로 양자역학 대학원 교재로 가장 잘 알려진 Schiff 의 책이다.  책의 왼쪽 꼭대기에 "International Series .... "라고 나오는데 개도국에 원조형식으로 싼 값으로 팔 던 고급 이공계 서적이다.   그래서 이 Series 는 미국에서 팔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책 뒷장에 보면 1956년 12월에 국제서림이라는 외서 수입서점에서 산 것으로 적혀 있다.  대학교 2학년 때다.  미국의 선의의 원조로 개도국에 싸게팔 던 책이라 쪽집게 가정교사 수입으로 책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었다. 

 

지금도 서가에 꽂혀 있는 이런 책들은 미국 유학 시 가지고 갔다가 귀국할 때 다시 가지고 온 책이니 미국에서 만들어 한국에 왔다 미국에 다시 갔다 다시 한국에 온 책들이다. 

 

그 당시 두 째 누님 집에는 일어 책 "나츠메 소세키"라는 일본 문학계의 거장의 소설 전집이 있었다.    책이 귀한 때라 그런 책은 당시 구하려 해도 구할 수도 없고 도서관에서도 찾기 힘든 그런 책인데 전집이 있었으니 내가 그냥 내 버려 두지 않았다.   수학과 물리 그리고 밤에는 가정교사하면서 틈틈이 그 책을 다 읽어 치웠다.  우연한 기회 일본 TV를 보다 소세키의 이야기가 나와 그것을 보고 그때의 감회를 블로그에 쓴 일이 있다. (夏目漱石(나츠메 소세끼))

 

또 쿠마모토 자전거 여행을 했을 때 그가 교수로 있던 제5고를 가 보고 그의 동상도 사진 찍어 올렸었다. 

 

옆에서 보면 소세키의 손은 누군가를 쓰다듬고 있는 형국이라 거기에 머리를 대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이 퍼져 여기에 와서 이 동상에 머리를 대고 가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구마모토시 자전거 관광)

 

그다음에는 일어 책을 별로 읽은 일이 없다.   은퇴 후에 가끔 옛 날에 읽었던 일어 책이 생각이 나면 일본 책 인터넷 전자도서관인 青空文庫 Aozora Bunko에 들어가 판권이 사라진 고전(나츠메 소세키를 포함하여)을 읽기도 했다.  이 도서관 전자책은 다행히 가로 쓰기라 읽기가 편하다.

 

아오조라 전자 도서관에서 연 소세키의 "산시로"의 첫 페이지

 

요즘은 하도 많은 새 책들이 나와 옛날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없어 일어 책은 거의 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산  Karen van Wolferen의 "아직도 사람을 행복하게 못 해 주는 일본이라는 시스템"은 좀 깊이 읽기 위해 전자책을 만들었다.  

 

"아직도.."를 잘라서 스캔하여 ocr 되는 pdf-ebook을 만들었다.  원본은 늘 그랬듯이 한 동안 보관한다.  스캔에서 빠진 쪽이 혹시 나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 두해에 하는 책장 정리할 때 버리게 된다.  

 

주로 아이패드에서 읽기 때문에 여럿 ebook 리더기를 시험해 봤는데 아이패드에 붙박이로 나오는 ibook으로 읽는 것이 가장 편하다.

 

또 스크롤을 수직으로 하면 읽기가 쉽다. 즉

 

Vertical Scrolling을 켜 두면 위아래로 페이지가 옮겨 간다. 

 

그런데 문제는 페이지는 아이패드 세로에 맞혀야 온 쪽이 다 보이는데 내 거치대는 물린 채 세로로 방향을 잡으면 미끄러진다.   무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세로로 물리기엔 벌어지는 간격이 짧다.    

 

그래서 벌어지는 간격이 큰 아이패드 거치대를 알아봤다. 

 

아마존에 입이 크게 벌어지는 홀더가 있었다.   그래서 즉각 주문했다.   

 

4.7"-12.9"(12-32.7cm)까지 벌어 진다고 한다.  값도 30불 배송비도 4불 남짓 하니 한국에서 파는 지금 쓰는 거치대 보다 싸다.  물론 중국제다. 추적해 보니 인천에 도착했다고 한다.   내일이나 모래쯤 받을 것 같다. 

 

세로 쓰기 일본 책 하나 읽기 참 힘들다. 

Posted by 샛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Sim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21.08.26 14:37

    대학생의 글씨가 엄청 달필이군요. 아마도 펜촉에 잉크를 찍어서 쓰셨겠지요? 아니면 소위 일타강사라서 만년필을 이미 갖고 계셨을까요?

    • 샛솔  댓글주소 수정/삭제 2021.08.26 16:25 신고

      감사합니다. 저는 제 글씨를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글씨에 불만이지요. 이건 조금 잘 써 보이긴 합니다만 보통은 잘 못 씁니다. 다행한 것은 요즘은 글씨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만년필인 것 같습니다. 그 때도 양키 물건이 많이 돌아 다녀서 미제 Parker 만년필 중고같은 것 사지 않았나 싶네요.

  2. 샛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21.08.26 16:35 신고

    일타강사가 무슨 뜻인지 몰라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일등 스타 강사라는 뜻이네요. 처음 배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원조 일타강사인 셈이네요. 하긴 어떤 엄마가 찾아와서 자기 딸이 6학년 올라가는데 미국유학 1년 연기하고 가르쳐 줄 수 없냐고 사정을 한 일도 있었습니다.